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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

 

 

  작은 제국이 하나 있었다.

  건국된 것은 자그마치 1000년 정도 전으로, 화려한 건국 신화도 있지만 지금은 주변의 거대한 왕국들에 밀려 이름만 제국이라며 비웃음 당하는 일도 있을 정도로 세력이 많이 쇠퇴한 제국이었다.

  황제에게는 딸이 둘 있었는데, 각각 이름이 레아나와 일라리아였다. 자매지만 생긴 것도 성품도 전혀 달랐다. 레아나는 금발에 청안, 일라리아는 적발에 금안. 레아나는 대륙 최고의 미인이라 소문이 자자하여 하루에도 몇 건씩 여러 나라의 왕자들, 귀족들의 구애 편지가 날아들었다. 그에 비해 일라리아는 황녀임에도 불구하고 그 무술실력으로 이름을 알렸다.

  레아나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근처 왕국의 왕자인 에드와르였다. 허나 이것이 국제 분쟁으로 커질 수 있다는 황제의 말에 그 사실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이런 평화로운 제국에 찾아든 재앙이 있었으니, 그 재앙의 이름은 크로커다일. 검게 빛나는 비늘의 용이었다.

 

  용은 이제 막 몇 백년 간의 잠에서 깬 참이었다. 인간에 비한다면 굉장히 긴 잠이었지만 그의 기준에서는 짧디짧은 잠이었다. 다시 잠을 청하려 해도 한번 깨어난 잠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잠의 신을 저주해 봐도 잠이 올리가 만무했다. 그리하여 용은,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근처 마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 그의 귓가를 간질인 소문이 있었으니, 바로 제국의 공주가 이 대륙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야기였다. 용이라는 것은 본디 탐욕에 기반하여 행동하는 종족이다. 그 탐욕이 그들의 레어를 금화로 채웠고, 자신들까리 싸움을 붙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소문은 크로커다일의 탐욕을 자극했다. 제국 최고의 미녀. 인간이 얼마나 덧없게 스러져가는지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언정 제국 최고의 미녀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그의 탐욕을 자극했다.

 

  제국 황성 앞에 날아든 용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나라의 공주를 내어놓으라 선언했다. 모두가 겁에 질렸다. 기사들이 우리 공주님을 내어줄 수는 없다고 용에게 덤벼들었지만 그들은 상대도 되지 않았다. 온 나라가 재앙의 구름으로 뒤덥혔다.

  레아나는 이틀을 꼬박 눈물로 보냈다. 본디 심성이 고와 다른 이의 눈물을 보지 못하는 그녀는 자신의 연인을 이제 보지 못함을 한탄하며 용에게 가기 위해 고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방에 들어선 것이 일라리아였다. 평소 언제나 사고를 치고 레아나 뒤에 숨던 철 없는 동생이 레아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일라리아가 입을 열었다.

 

  “이제는, 내가 언니를 구할 차례야.”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곧장 황성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붉은 머리가 바람에 흩날려 위대하고 고귀한 깃발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황성의 모든 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용은 감히 자신과 같은 높이에 올라 자신을 똑바로 쏘아보는 이를 바라보았다. 일라리아가 떨리는 주먹을 꾹 쥐었다. 이제는, 이제는 그녀가 제 언니를 구할 차례였다.

 

  “이 나라의 공주가 네게로 가면 우리 나라를 해치지 않을 것이냐?”

 

  용은 감히 그녀가 공주라 생각하지 못했다. 흩날리는 붉은 머리와 짐승의 그것과 같이 형형하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 붉은 머리카락을 한층 더 불타는 듯이 만드는 검은 갑주. 그래서 용은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라리아는 그곳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맹세해라. 당신의 심장에 걸고 맹세해라. 그렇지 않으면 공주님은 오지 않겠다고 하신다.”

 

  들통난다면 이 제국의 그 누구도 무사할 수 없겠지. 그런 두려움에 떨면서도 일라리아는 배짱 좋게 말했다. 두렵고, 두렵고 두렵지만 그녀는 전사였고 제국 제일가는 방패였다. 외적으로부터 제국을 지키는 방패가 용을 향했다.

용은 맹세했다. 제가 원하는 공주가 오겠다는데 맹세 따위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일라리아의 입꼬리가 기묘하게 올라갔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비틀려 열렸고.

 

  “내가 바로 공주다. 이 빌어먹을 도마뱀 새끼야.”

 

  공주의 언행으로 보기에는 많이 과격한 말이었지만 감히 그 누구도 그녀를 말릴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공주가 온다면 이 나라를 해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 약속대로 공주가 왔다. 나는 이 나라의 공주, 일라리아다. 맹세를 한 이상 지켜야겠지. 나를 데려가라! 그리고 다시는 제국의 근처로도 오지 마라.”

 

  크로커다일은 그제야 자신이 안일했다는 것을, 그리고 보기 좋게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심장에 걸고 한 맹세는 절대적.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잔뜩 으르릉거리며 일라리아를 낚아채서 제 레어로 향했다.

  크로커다일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륙 최고의 미녀를 데리러 가서 얻어 온 것은 기가 센 아가씨였다. 붉은 머리도 금빛 눈동자도 전부 쉽사리 꺾일 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게다가 마지막의 그 말. 내가 바로 공주라느니, 빌어먹을 도마뱀이라느니. 태어나서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폭언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라리아를 레어 바닥에 내려놓자 마자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 편이 더 이야기하기 편했기 때문이리라. 얼굴 전면에 있는 꼬맨 상처., 한 손의 쇠갈고리가 제법 위협적으로 비쳤을 테지만 일라리아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그녀는 외려 편하게 제가 지낼 방을 찾고 있었다. 그 모습이 크로커다일의 눈에는 좀 더 거만하고 마음에 안 들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렇게 만난 첫 날부터 그들은 여러 면모로 강력하게 부딪혔다. 싸우고 싸우는 것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루가, 이틀이, 한 주가, 한 달이 지나도 그들은 계속해서 싸우고 멀어졌다 화해하는 것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라리아는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크로커다일은 그대로였다. 일라리아는 키가 조금 더 컸고 이목구비가 조금 더 또렷해졌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었다. 아직은 미성숙했던 것이 성숙하게 변하는 것이었지만 크로커다일은 그 날부터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늦춘대도 백 년 후면 일라리아는 그의 곁에 있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잘 된 것일까 싶으면서도 그녀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어느 여름날, 그는 일라리아에게 제 명의 반을 주었다. 일라리아가 왜, 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만난지 2년 하고도 5개월 8일 째, 그 해의 여름날이 그들이 싸우지 않은 첫 번째 날이었다.

앵커 2

 

 

  엄마, 아빠와 계곡에 왔어요. 우리 가족은 캠핑장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물놀이를 즐기기로 했어요. 아빠가 유명한 아이돌이라서 사람들이 보면 안 된다고 엄마가 그랬어요. 엄마도 유명한 작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웃기만 했어요. 내가 왜 웃느냐고 하니까 엄마가 나한테 그렇게 들으니까 쑥스러워서 그렇다고 했어요. 대체 왜 쑥스럽다는 걸까요?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아빠가 계곡에 돗자리를 가져다 놓아달라고 하는 바람에 더는 묻지 못했어요. 큰 돗자리를 안은 내 모습을 보고 엄마가 말했어요.

  “아이, 돗자리가 사랑이 키보다 두 배 정도 더 큰데.”

  “그럼 돗자리는 비파가 들고, 사랑이는 젓가락을, 그릴은 내가…….”

  나는 얼른 외쳤어요.

  “나도 들 수 있어요!”

  사실 돗자리가 조금 무겁긴 했어요. 그렇지만 여기서 들지 못하겠다고 하면 아빠가 영양이 부족해서 힘이 모자란 것 같다면서 오늘 고기를 조금만 먹게 할 게 뻔했어요. 그건 싫었어요. 모처럼 온 계곡인데 엄마랑 아빠랑 같이 신나게 물놀이도 하고 고기도 맘껏 구워먹고 싶었어요. 사실 누가 이런 곳에 와서 풀만 잔뜩 먹고 가고 싶겠어요. 우리 반 아이들한테 잔뜩 자랑하고 왔는데 풀만 먹었다고 하면 카츠키가 놀릴 게 뻔해요. 카츠키는 아이들에게 별명을 붙이면서 노는 걸 취미로 가진 아이예요. 그 애한테 잘못 걸리면 이상한 별명이 붙어서 학교를 도저히 다닐 수가 없게 된다니까요? 그건 절대로 싫었어요.

  나는 엄마가 부르기도 전에 잽싸게 계곡으로 달려갔어요. 뒤에서 그러다가 넘어진다고 아빠가 말했지만 나는 듣지 않았어요. 계곡에 가서 돗자리를 내려놓고 엄마 아빠가 오길 기다렸어요. 엄마랑 아빠는 이것저것 챙기느라 많이 늦는 모양이에요. 십분 정도 기다린 것 같은데 엄마 아빠가 오지 않았어요. 돗자리가 잘 있는지 한 번 보고 계곡으로 달려갔어요. 계곡 물은 무척 깨끗해서 입을 대고 다 마셔버려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손을 담가봤더니 엄청 차가운 거예요. 화들짝 놀라서 손을 뺐는데 뒤에서 누가 말을 걸었어요.

  “꼬마야, 꼬마야!”

  “응? 누구야?”

  목소리는 계곡 옆 덤불 속에서 들려왔어요. 내가 고개를 돌리자 목소리가 또다시 말했어요.

  “꼬마야, 이리 좀 와봐!”

  “응?”

  덤불로 다가가서 들여다보니 그 뒤에 하얀 아기 호랑이가 있지 뭐예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아기 사자가 말했어요.

  “역시 넌 내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어? 호랑이가 말을 하네?”

  “그렇게 신기한 눈으로 볼 필요 없어. 나처럼 위대한 호랑이가 인간의 말을 하는 것쯤이야 간단한 일이니까.”

  “위대한 호랑이라고? 넌 내 무릎까지밖에 안 오잖아!”

  “내가 비록 모습은 이래도 200년은 살았다고!”

  아기 호랑이는 화가 잔뜩 났는지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외쳤어요. 그걸 보고 우리 집 멍이가 생각났어요. 멍이는 우리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에요. 그러고 보니 아빠가 전에 호랑이는 고양이과 동물이라고 말해줬던 게 생각났어요. 내가 웃자 아기 호랑이가 입을 삐죽 내밀었어요.

  “너무해. 난 사실을 말한 거라구!”

  “응, 알았어, 미안해, 호랑아.”

  “흥, 알았으면 됐어.”

  아기 호랑이는 자기 옆에 있는 바위 위로 휙 올라갔어요. 짧은 다리로 날쌔게 올라가서 순간 내 앞에서 사라진 줄 알았어요. 내가 눈을 휘둥그레 뜨는데도 아기 호랑이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어요.

  “꼬마야, 너 혹시 음식 가지고 있는 거 있어?”

  “먹을 거?”

  “응. 여기 인간 세상에 내려온 지 두 달 됐는데 음식을 구하지 못해서 쫄쫄 굶고 있어.”

  “호랑이는 동물 잡아먹는다고 들었는데?”

  “그게 말이야, 내가 내려온 곳이 하필이면 저 밑에 있는 도시이지 뭐야.”

  아기 호랑이는 자기가 그동안 겪은 일들을 말해줬어요. 전선 위에 있는 비둘기를 잡으려고 높이 뛰었다가 잘못 떨어져서 허리를 다친 일, 인간들이 뿌린 모이를 먹으려고 모여 있는 참새를 잡으려다가 넘어진 일, 동네 강아지를 잡아먹으려다가 인간들에게 쫓긴 일까지.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아기 호랑이가 불쌍해졌어요. 이 조그마한 몸으로 얼마나 고생을 했으면 인간인 나한테 먹을 걸 구해다 달라고 하겠어요?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어요.

  “알았어! 가져다줄게.” “정말?!”

  아기 호랑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나는 이빨을 보이면서 웃었어요.

  “대신 날 꼬마라고 안 부르면 가져다줄게.”

  “응, 꼬마라고 안 부를게.”

  “난 미카제 아이야. 우리 아빠랑 발음이 같아서 엄마, 아빠는 날 사랑이라고 불러.”

  “그럼 아이라고 부를까?”

  “원래는 그렇게 불러야 하지만 특별히 사랑이라고 부르게 해줄게.”

  처음으로 아기 호랑이랑 대화해봤으니 이 정도는 허락해줘도 될 거예요. 물론 엄마랑 아빠가 알면 삐칠지도 모르니까 이건 비밀이에요.

  나는 얼른 덤불 속에서 나왔어요. 그 사이 엄마랑 아빠가 계곡으로 내려와서 돗자리를 펴고 물놀이를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나는 얼른 달려가서 물었어요.

  “엄마, 아빠! 먹을 거 있어요?”

  “먹을 거? 우리 사랑이, 벌써 배고픈 거야?”

  “지금은 안 돼. 아침 먹은 지 이제 1시간 30분하고도 21초 지난 참이야. 인간의 위가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아직 2시간 30분하고도 20초가 더 필요해. 지금 더 먹게 되면 과도한 영양분이 지방으로 축적될 거야.”

  아빠가 하는 어려운 말들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옆으로 저었어요. 아빠가 하는 말은 내겐 아직 이해하기 힘든 것들뿐이었지만 적어도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말인 건 알겠어요.

  “아니, 나 말고! 아기 호랑이!”

  “아기 호랑이?”

  엄마랑 아빠가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나는 방금 전에 만난 아기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리고 그 아기 호랑이가 두 달 동안 겪은 일들도 빠짐없이 말해줬어요. 내 이야기가 끝나자 엄마는 웃었고 아빠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어요. 그리고 이 산에는 맹수가 없는 걸로 파악되어 있다며 고양이가 아니냐고 말했어요. 엄마는 그런 아빠에게 고개를 저어보이더니 가방으로 가서 은박지 뭉치를 꺼냈어요. 나는 그걸 받아들고 엄마를 보았어요.

  “이게 뭐예요?”

  “햄이에요.”

  “햄?”

  “아기 호랑이니까 이걸 가져다주면 잘 먹지 않을까요?”

  “맞아요!”

  “자, 얼른 가져다 줘요.”

  “네!”

  나는 얼른 다시 계곡 옆 덤불로 갔어요. 그리고 아기 호랑이에게 햄을 건네주었어요. 아기 호랑이는 햄을 보더니 침을 잔뜩 흘렸어요. 침이 바닥에 잔뜩 고여서 웅덩이가 생길 정도였지요.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너도 두 달 만에 먹어봐!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을 거야!”

  아기 호랑이는 얼른 잘 먹겠습니다, 라고 말하더니 햄을 통째로 입에 넣었어요. 그 작은 입으로 커다란 햄이 들어가는 걸 보고 나는 다시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꿀꺽꿀꺽 햄이 뱃속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계속 들렸어요. 그러더니 아기 호랑이의 배가 동산만 해졌어요.

  “우와아, 네 배 좀 봐! 엄청 커졌어!”

  “다 네 덕분이야. 이제 한동안 먹을 것 걱정 안 해도 돼.”

  “호랑이는 원래 그런 거야?”

  “아니, 내가 좀 특별해서 그래.”

  “그래?”

  아기 호랑이가 동산만한 배를 움켜쥐고 뒤뚱뒤뚱 바위에서 내려왔어요. 그러더니 나를 보면서 말했어요.

  “날 도와줬으니까 소원을 들어줄게.”

  “호랑이는 소원도 들어줄 수 있는 거야?”

  “어허, 내가 특별해서 그런 거라니까? 자, 얼른 말해봐. 어떤 것이든 다 들어줄 수 있어.”

  아기 호랑이는 손을 허리에 얹고 턱을 위로 들어 올리고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나는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웃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그리고 소원을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막상 생각하려니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 거예요. 그저 엄마랑 아빠 얼굴만 떠올랐어요.

  “난 그냥 엄마랑 아빠랑 이대로 계속 지낼 수 있으면 돼.”

  “정말 그거면 돼?”

  “응. 나한테 엄마랑 아빠는 세상에 둘도 없는 가족이거든.”

  “좋아. 그러면 너희 가족이 헤어지지 않고 계속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줄게!”

  “정말?”

  “당연하지! 도움 받은 게 있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우리 아빠가 그랬는걸!”

  내가 그렇구나, 하고 말하자마자 아기 호랑이가 제자리에서 뛰어 올랐어요. 그러자 펑, 하고 하얀 안개가 피어올랐어요. 그 사이로 아기 호랑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이제 엄마, 아빠한테 가봐. 계속 행복할 거야. 내가 그렇게 되도록 했으니까!”

  “고마워, 호랑아!”

  아기 호랑이가 사라진 덤불을 빠져나와서 나는 다시 엄마, 아빠에게로 돌아갔어요. 햄을 잘 전해줬느냐고 묻는 엄마에게 소원 이야기를 해줬어요. 엄마랑 아빠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를 꼬옥 안아줬어요. 나는 그 따뜻한 품 안에서 행복해졌어요. 그 날 우리 세 사람은 계속 웃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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