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빼로 데이
: 11월 11일. 친구나 연인 등 지인들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날

루
키사라기 신타로 X 루
카게로우 프로젝트

거실 한 구석 가득히 쌓여있는 포키들. 루는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와서야 그 산더미와 마주했다. 11월 11일의 포키데이, 자신도 준비는 해두었지만 저것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작게만 보였다.
전부 종류도, 포장도 가지각색이다. 당연하게도 한 두 사람에게서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저건 아이돌인 모모의 앞으로 온 몫이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많은 선물들이 집 안에 쌓이기는 어려웠다. 그 어떤 집단 내의 인기인들이래도. 광범위한 팬들의 선물 공세를 받는 아이돌에게는 못 미치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일단 이 집안에 그런 사람은 없다는 전제도 한 몫 했지만. 눈을 감은 채로 찾아봐도 모모뿐이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루는 백 여 개는 넘어 보이는. 포키로 만들어진 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신타로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조금 열린 문 틈 사이로. 얼굴만 슬쩍 내민 채 자신을 보고 있는 루를 발견한 신타로가 쓰고 있던 헤드폰을 벗었다.
“아. 왔어?”
“응.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고 있어?”
“그냥‥?”
“그냥은 무슨. ‥춥지 않아? 어서 들어와서 앉아.”
“네에. 아. 거실에 놓여있는 것들 다 모모 거지?”
신타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의 몫이 아니면 누구의 몫이겠어? 몇 시간 전. 매니저와 모모가 한 무더기를 거실에 쏟아두고 갔던 일을 떠올리며 이마를 짚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야 모모가 인기가 있는 지는 뭐 모르겠지만. 상술 중의 상술인 포키 데이라고 포키가 저만큼이나 들어온 걸 보면, 역시 아이돌이긴 한 것 같아. 그보다 너도 알잖냐. 나 같은 니트가 저만큼 포키를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을 테니까 말이지? 아, 취소. 니트가 아니어도 일반인이면 웬만해선 불가능한 일이지. 신타로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많이 쌓인 것 같네. 신타로‥ 루가 덩달아 눈을 누그러뜨리며 숨을 내쉬었다.
그럼 있지.
신타로는 이런 상술적인 데이는 전부 별로라고 생각해?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신타로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저렇게까지 조심스레 물어볼 일이던가. 자신의 성격으로는 가끔 알 수 없는 점에서 수그러지는 루가 묘하게 느껴졌다. 제 침대에 걸터 앉은 루를 보며. 뭐, 그건 아니야. 기회가 없었으니 즐기지 못했을 뿐이지 싫어하진 않으니까. 의미 없는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 말을 제대로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루는 늘 가지고 다니는 에코백 안쪽에서 손을 꼼지락 대다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깔끔하게 생긴 직사각형의 작은 쇼핑백이었다. 눈을 굴리며 앞면에 붙은 콜라 모양의 스티커를 매만지다. 신타로의 앞에 쓱. 내밀고는 웃어보였다. …나한테 주는 거야? 응? 그럼 누구 거라고 생각해? 루가 이상한 질문을 들었다는 얼굴을 하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종이 쇼핑백의 열린 틈 사이로 냄새가 코를 스쳤다. 흐릿하게 나는 초콜릿의 달콤한 향기와 익숙한 콜라의 청량한 단 냄새. 더해서 마 끈에 남은 손의 열기까지. 그 모두가 신타로의 마음을 괜스레 간질간질 하게 만들었다. ‥근데 이거 내용물은 포키 아닌가? 콜라 냄새가 왜 나는 거지? 종이 가방의 끈을 만지작거리던 신타로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루는 그런 신타로 앞에 보조의자를 끌고 와 앉아 눈을 맞췄다.
“저기‥ 신타로. 안 열어봐?”
“아? 아아. 그래야지.”
“응.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신타로는 쇼핑백의 이음새를 잇고 있던 리본을 풀어내며 작게 입 꼬리를 씰룩거렸다. 선물을 받은 걸로도 족한데. 직접 만든 거라는 소리를 들으니 귓가에서 종소리가 울리는 기분이었다. 기쁘기도 하지만 제가 이런 것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분명 아야노라던가 모모 녀석에게서 받은 기억은 있었다. 그보다 더 어렸을 때라면 받은 일은 더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 해도. 하나하나 떠올려지는 것들이 별로 유쾌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그때의 자신은 흑역사에 불과했으니까. 어차피 지금이 처음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쇼핑백 안에는. 고양이가 잔뜩 프린팅 되어있는 유산지 봉투 두 개와, 고양이 발바닥이 그려진 카드가 들어있었다. 이것만큼은 루의 취향이네. 귀여운 취향에 신타로가 픽 웃음 지었다. 사실 이런 포장의 디자인은 무엇이었던 괜찮았다. 무엇보다 고양이는 자신도 꽤 좋아하는 편이었으니까.
투명하지 않은 봉투 덕에 내용물을 알아보기 힘든 게 아쉬웠다. 지금 당장 꺼내보기는 싫었는데. 감사만 전하고 아껴둘 생각이었던 신타로가 볼을 긁었다. 일단 파악이라도 해보고자. 겉면을 만져보니 하나는 분명히 포키라고 생각 되는―길쭉한 스틱 모양의―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뭔가 짜리몽땅하고 올록볼록한 것이었다.
속을 들여다보기 전. 쇼핑백에 붙어있던 콜라 모양의 스티커를 조심스럽게 떼어내, 모니터의 한 귀퉁이에 잘 붙여두었다. 포장 같은 건 상관없다고 한 신타로였지만.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취향은 존재했다. 역시 마음에 들었구나. 그런 신타로의 행동에 루가 손으로 입을 가려 소리 없이 웃었다. 팬시점 여러 군데를 돌아가며, 신경 써서 스티커를 고른 보람이 있었다. 성공이네. 길쭉한 눈이 가늘게 휘어졌다.
“…이게 뭐야?”
“포키의 날에 맞춘 선물?”
“그건 알겠는데‥.”
“아. 혹시 마음에 안 들어? 그, 나름 신경 쓴 건데.”
루의 얼굴에 짐짓 아쉬운 표정이 뜨기 직전. 신타로가 급히 고개와 함께 손을 내저었다.
“……아니. 엄청 마음에 들어. ‥고마워.”
“정말? 다행이야. 진짜 포키가 아니어서 실망했나 했어!”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자신의 귀에 들리는 저 안도의 한숨이. 지금의 상황에 너무나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신타로가 열어본 봉투 안에는, 절대 ‘다행이야’ 정도로 치부되면 안될 것들이 들어있었다. 콜라와 소다 향이 나는 포키 모양의 마시멜로와. 콜라병 모양의 화이트 초콜릿들.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아기자기했고, 정성스러움이 담겨있었다. 선물을 받고 귓가에서 들리던 종소리가. 다른 것이 아닌 성당의 결혼식 종이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정말 이걸 나한테 줘도 되는 거야?
다시금 신타로가 물었다. 싫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제가 뭐 잘난 것이 있다고 이런 것을 줄까, 받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치밀었을 뿐이었다. 많이 괜찮아졌다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한 번 바닥에 떨어졌던 자존감은 계속 자신을 끌어내리려 했다. 말을 돌리려했지만 이미 밖으로 내뱉어져 전해져 버린 말이었다.
루는 잠시 고민하다가. 신타로에게 건넸었던 쇼핑백 안에서 고양이 발이 그려진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신타로의 시선 높이에서 뒷면으로 뒤집어보였다. 앞면에서 뒷면으로 카드를 뒤집었듯이. 그와 비슷하게 뜨고 있던 눈도 반으로 접어 웃었다.
“당연한 걸. 신타로 거야.”
[ 좋아해. ]
‘나도.’ 글자로 전해진 짧은 말에 신타로가 졌다는 듯 고개를 떨궜다.


향
마츠카와 잇세이 X 타치바나 유이 X 쿠로오 테츠로
하이큐-!!
11월 11일, 젊은층의 많은 남녀들이 기대하는 그날. 빼빼로 데이가 돌아왔다.
다음 날이 토요일이라 그런 걸까, 이날따라 평소보다 더 시끄러운 아오바죠사이의 배구부. 원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던 주장 오이카와의 영향일까 싶었지만, 올해 새로 들어온 여자 매니저 역시도 그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모두가 즐기는 이날에도 기대하며, 긴장하고 있는 두 남자가 있었으니, 그 둘은 아오바죠사이, 일명 세죠의 배구부 주전 마츠카와 잇세이와 네코마 배구부의 주장 쿠로오 테츠로. 둘은 언제부턴가 한 소녀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는 세죠 배구부의 매니저, 타치바나 유이. 소녀는 누가 봐도 상당히 예쁘다 할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강호의 매니저인 만큼 능력 있는 아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챙기는 기념일인 만큼 오늘 역시도 그녀는 적지 않은 인기로 간식을 많이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으뜸은 제 절친한 친구가 보낸 고급의 초콜릿이었다. 이를 보고 그녀에게 빼빼로를 건네려 했던 이들 중 몇 명이 갈등을 했지만, 이 일은 그들을 위해 넘어가 주기로 하자.
오늘 역시도 부 활동을 위해 부실로 향하려던 그녀는 교실 문을 나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마냥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는데 그 범인은 마츠카와 잇세이.
“부실에 문제가 생겨서 오늘은 부 활동 취소래.”
“아.. 그래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대가 저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것인지, 놀랍지도 않은 듯 여유롭게 대답하는 그녀를 따라 자신 역시도 발걸음을 옮긴다.
“그나저나, 역시 많이 받았네.”
“선배도 많이 받으셨잖아요?”
“그래도 하나마키나 오이카와 녀석보다는 아니지. 유이 너도 마찬가지고.”
하긴.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을 인정한 그녀는 잠시 자신의 부원들을 떠올렸다. 잘생긴 외모, 리더십, 능력 다방면의 장점으로 자신이 소속되어있는 부 활동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주장 오이카와 토오루. 그 역시, 자신처럼, 아니, 자신 이상으로 간식을 많이 받았겠지. 같은 부원인 하나마키 타카히로 역시, 잘생긴 외모와 낙천적인 성격으로 인기가 있기에 그 역시도 오늘은 평소보다 더욱더 바빴으리라 생각됐다. 아, 그나저나 그 둘. 과식은 안 좋을 텐데. 알아서 잘 조절하겠지? 역시 매니저 활동을 하다 보니 그런가, 그쪽부터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왜 기다리신 거예요?”
“그냥, 같이 가고 싶어서?”
“흠..”
그의 말에 못 미덥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제 옆에서 걷던 그를 지긋이 바라보던 그녀는 의심을 관두고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맞아. 저 오늘 상가 가야 할 일이 있는데, 선배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흐응, 그거 데이트 신청이야?”
“아니면 다른 분 불러도 괜찮고요.”
“별다른 일정도 없고, 괜찮아.”
유이한테는 장난도 못 치겠는걸. 그녀의 대답에 머쓱해하며 재빨리 말을 바꾼 마츠카와. 결국 둘은 시내로 향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그녀의 쉴 새 없이 울리는 라인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채.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상가에 도착한 둘이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역시나, 스포츠 용품점. 이것 때문에 오자고 했던 건가? 부 활동에 필요한 용품들을 고르는 그녀를 한 번 확인하고서 그 역시도 슬슬 자신에게 필요하다 싶은 것이 있나 가게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역시 가장 먼저 눈이 간 곳은 배구화들이 전시되어있는 구역. 그러고 보니 슬슬 신발 바꿀 때가 됐을 텐데. 배구화를 하나둘 꺼내들어 제게 맞는 것을 찾고 있는 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이곳에서의 볼일이 끝난 듯한 그녀가 보였다.
“볼일은 끝났어?”
“네. 생각보다 많이 사버려서 다음 주 중으로 학교로 배달 부탁드렸어요. 선배는 배구화 바꾸시려고요?”
“응. 많이 해진 것 같길래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음.. 기존에 신던 브랜드는 xx이었죠?”
“응. 알고 있었네?”
매니저인데 그 정도는 기억해둬야죠.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과 함께 배구화를 골라주는 그녀를 보고 미소가 지어진다. 시간이 얼마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고심 끝에 고른 배구화를 구매하고 드디어 가게에서 나온 둘은 슬슬 밥이라도 먹으러 갈까 싶어서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켰는데.
“어, 라인이 와있었네?”
유이에게는 스무 개가 훌쩍 넘는 숫자의 라인이 도착했있었고, 그 상대는 단 한 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상대는 쿠로오 테츠로. 그녀는 그제야 와있는 내용들을 확인했는데 내용은 간략하게 하자면 이렇다. 윳쨩이 보고 싶어서 미야기로 가고 있어./ 나 이제 도착했어. 윳쨩은 어디야? / 윳쨩 혹시 무슨 일 있어?
“... 선배.”
“왜?”
무슨 일이길래 그래? 떨떠름한 얼굴로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자신을 부르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온다는데요? 누가? 쿠로오 씨요.
“그 녀석이 왜?”
저도 모르죠. 일단 이미 왔다니까 전화해볼게요. 그렇게 대답한 그녀는 핸드폰을 만지더니 쿠로오에게 전화를 걸고, 연락을 기다렸다는 마냥,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그는 전화를 받았다. 윳쨩!
“여보세요, 쿠로오 씨?”
「윳쨩 무슨 일 있었어? 계속 답장도 없고 확인도 안 하길래 걱정했어.」
“아, 죄송해요. 무음으로 해두느라 눈치채지 못했어요”
「아무 일도 없었으면 됐어. 그보다 윳쨩 어디야?」
어.. 그게, 대답을 망설이며 제 옆에 있는 마츠카와를 힐끔 보니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저, 마츠카와 선배랑 상가에 왔어요.”
「마츠카와? 왜 그 녀석ㅇ.. 아니, 상가 어디쯤인데? 쿠로오 씨도 지금 근처인 것 같거든.」
“선배, 쿠로오 씨 오실 것 같은데요?”
음.. 잠시만 전화 좀 빌려줄래?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핸드폰을 받아 간 마츠카와는 핸드폰을 제 귀 가까이로 옮겼다. 오랜만이다?
「잠깐, 난 분명 윳쨩이랑 통화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상대가 바뀐 걸까, 마츠카와 군?」
“응, 유이가 곤란해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보다 미야기라면서? 어쩌지, 유이는 나랑 데이트하느라 바쁠 것 같은데. 아쉽겠지만 다시 돌아가야겠네. 그럼 이만, 수고해라.”
「잠깐잠깐잠깐!, 오자마자 돌아가라니, 네가 교통비 내줄 거야?! 그게 아니라면 윳쨩을 바꾸던가, 위치를 말하던가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게 좋을 텐데, 마츠카와?」
“흐음.. 어쩔까?”
그거, 고민할 일인 거야?! 핸드폰 너머로 빽빽대는 쿠로오를 무시하며 고민하던 마츠카와는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유이에게 의견을 물었다. 유이 넌 어쩌고 싶어?
“글쎄요.. 교통비라면 제가 드릴 수 있긴 한데..”
푸핫, 그렇다는데? 윳쨩..? 중얼거린 말을 들은 건지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반응에 그녀 역시도 웃고서 상관없다며 대답했다. 결국 위치를 알려주고서 그를 기다렸고 정말 근처에 있던 것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쿠로오가 도착했다. 오랜만이야 윳쨩! 반갑다고 달려드는 그를 살짝 피하고 그를 반겼다. 어서 와요.
“피한 거지? 윳쨩 지금 쿠로오 씨 피한 거지?”
“어머, 제가 피했던가요, 선배?”
“글쎄? 난 못 봤는데?”
둘 다 너무해.. 키득키득. 웃는 와중에 들려오는 허기짐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간의 정적이 있고 난 후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웃음보가 터졌다.
“음.. 일단 뭐 좀 먹으러 갈까?”
“그러는 게 좋겠네요”
뭘 먹을까? 하나둘 먹고 싶은 메뉴를 말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누구는 치즈 햄버거, 누구는 꽁치 소금구이. 답이 없네, 답이 없어. 결국 하다 못 한 그녀가 근처에 있는 식당 중 아무 곳이나 들어가자고 의견을 꺼냈고, 그들 역시 식사 메뉴로 계속 투닥이기는 싫었던 것인지 그녀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식사를 하면서 쿠로오가 찾아온 진짜 이유와, 그동안 있던 일, 하지 못 했던 이야기들을 했고, 식사를 다한 이후에도 여러 군데를 들리면서 셋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밖은 어느새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있었고, 시간 역시 많이 늦었기에 둘은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벌써 다 와버렸네.. 좀만 더 있다 갈래, 윳쨩?”
“쿠로오 녀석 말은 무시해도 돼. 추울 텐데 어서 들어가 봐 유이.”
지금 뭐라고 한 걸까나, 마츠카와 군? 또다시 으르렁거리는 둘을 보고 푸흐, 웃음을 터트린 그녀. 예상치 못한 그녀의 웃음소리에 둘은 그녀를 바라봤고 그런 그녀는 들고 있던 가방에 손을 넣어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꺼내어 둘에게 건넸다.
“두 분 다 이게 목적이신 거였죠?”
그녀의 손에 잡힌 것은 다름 아닌 빼빼로. 포장도 예쁘게 되어있던 것이 시중에서 파는 빼빼로가 아닌 수제 빼빼로인 듯했다. 금세 화색이 도는 한 명과 그녀의 행도에 피식 웃는 한 명. 둘은 그녀의 손에서 포장되었는 빼빼로를 받아 갔다.
“알고 있었네?”
“음.. 사실 만나자마자 드리려고 했는데, 타이밍 잡기가 힘들었어요. 부원들 것도 만들었는데 하필 부 활동을 쉬는 바람에..”
“그보다 이거, 윳쨩이 직접 만든 빼빼로?”
“네. 아무래도 사는 것보단 이쪽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서..”
윳쨩의 수제 빼빼로라니! 이걸 어떻게 먹어. 켄마한테 꼭 자랑해야겠다. 이웃집한테 민폐예요. 그의 오버스러운 반응에 웃음 지으며 말했다. 오늘 정말 재미있었고, 데려다줘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분들도 다 같이 놀았으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에 봬요. 시간이 늦었는데 두 분도 조심히 들어가시고요.”
“윳쨩 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 추운데 어서 들어가”
“나도 들어가는 거 보고 가려고. 어차피 이 녀석보단 가깝고”
마츠카와 군, 아까부터 자꾸 시비 거는 것 같다? 여전한 둘의 사이를 보고 키득키득 웃으며 들어가던 그녀는 현관까지 갔을 때 걸음을 멈추고서 뒤를 돌아 그들에게 한가지 말하고 웃어주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간 비워둘 수 있으면 비워둬요.”
그럼, 잘 가요. 알게 모르게 볼과 귀가 붉어진 듯한 두 남자의 대답은 오갈 곳이 없으니, 그들은 과연 그녀와 한 발자국 더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건 다음 만남까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