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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톤X초코

언더테일

Cake_choco

메타톤과 연락이 안 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메타톤은 세 달 전 새로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의 mc를 시작하였고, 그 프로그램의 덕분인지 그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메타톤과의 연락도 서서히 줄기 시작하였다.

지상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돌. 그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 공중파는 없었다. 메타톤이 인기가 많은 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잘 된 일이니까. 하지만 하루에 한번 꼴로 하던 연락이 일주일에 한번으로 줄어든 건 아쉬울 뿐이었다.

 

오늘도 그는 연락이 없다. 아마 지금쯤 방송국에서 많은 팬들 앞에서 멋진 쇼를 펼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틀었다. 메타톤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화면에 비춰지며 그와 동시에 팬들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나는 텔레비전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렇게라도 해야 메타톤의 얼굴을 겨우 볼 수 있으니까. 한참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그 때, 옆에 놓아둔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수신자는 메타톤. 이 시간에 전화를 할 거라고 상상도 못한 나는 목소리를 조금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자기. 안자고 있었구나. 다행이다. 지금 자기네 집 근처에 다 와가요.”

“…….어? 지금? 한창 바쁜 거 아니었어?”

“자기가 정말 많이 보고 싶어서 얼른 끝냈어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제가 사갈게요!”

“아냐. 괜찮아. 배 안고파.”

“정말 괜찮겠어요?”

“물론이지.”

“그럼 지금 빨리 자기네 집으로 갈게요. 좀 있다가 봐요!”

 

전화를 끊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에 놓인 전신거울을 바라보며 모습을 살폈다. 조금 헝클어진 머리를 빗고 옷의 매무새를 정리하였다. 내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가지 않는다.

메타톤이 나를 보러온다. 나를 무척 보고 싶어 한다. 나 또한 메타톤이 무척 보고 싶었기에 기쁜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메타톤은 집에 오자마자 ‘보고 싶었어요, 자기. ‘ 라고 하며 나를 끌어안고 내 볼에 계속 입을 맞추었다. 그 스킨십에 괜히 쑥스러워진 나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의 애정은 멈추지 않았다. 소파에 함께 앉아서도 그의 애정은 멈추지 않았다. 내 귓가에 입을 맞추고 손을 꼭 잡고 애교를 부렸다. 나는 끝없는 그의 애정을 받아들이며 생긋 웃어보였다. 나의 미소를 본 메타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자기, 우리 주말에 놀이공원에 가지 않을래요?”

“응? 놀이공원?”

“네. 요즘 제가 바빠서 연락도, 데이트도 잘 못하고 그랬잖아요.”

“괜찮겠어? 요즘 일도 많을 텐데…….”

“이번 주말은 괜찮아요. 그러니까 꼭 가고 싶어요. 자기와 나 단 둘이.”

 

같이 가자며 애교를 부리는 메타톤을 바라보며 나는 웃으며 좋다고 대답을 하였다. 메타톤은 나의 대답을 듣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나를 꼭 끌어안아줬다.

 

드디어 기다리던 주말이 찾아왔다. 아침 일찍 메타톤이 찾아와 부랴부랴 준비하는 바람에

예쁜 옷을 입지 못한 게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오늘도 정말 예쁘다는 메타톤의 말에 나는

대답 대신에 살포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일찍 출발한 덕분인지, 놀이공원이 열리는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였다. 간만의 놀이공원이기도 하고 또 메타톤과의 데이트였기 때문에 내 마음은 무척 들떠 있었는데. 그건 메타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는 놀이공원의 표를 구입한 뒤 입장을 하자마자 내 손을 꼭 잡고 얼른 가자는 듯이 나를 살짝 이끌어줬다. 나는 웃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

 

“자기. 일단 저거부터 타요!”

 

나는 메타톤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경사가 매우 높은 롤러코스터였다. 롤러코스터류의 놀이기구를 조금……. 아니 많이 무서워하는 나는 순간 머리가 핑 하고 울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어서 가서 타자며 재촉하는 메타톤에게 무서워서 타기 싫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

군말 없이 그를 따랐다. 사람들이 와르르 몰리기 직전에 롤러코스터 입구 앞에 도착하여 그런지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메타톤은 신이 난 듯, 내 옆에서 재미있을 거 같다며 조잘조잘 말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심하게 긴장을 한 탓인지 그의 말에 대답도 잘 못하고 어색하게 웃어 보이기만 하였다.

 

“자. 이제 출발합니다. 즐거운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안전벨트를 전부 확인한 직원의 발랄한 말소리가 끝나는 동시에 놀이기구가 덜컹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뒤에 앉은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러댔지만 나는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놀이기구가 점점 꼭대기로 향한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내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차라리 무서워서 타지 않겠다고 말할걸. 그렇지만 그랬다간 메타톤이 실망을 할 텐데.

오래간만의 데이트를 망치고 싶지 않아. 여러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마구 휘몰아친다.

머리가 울린다. 생각이 많아진 탓 인지 주변 경치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뒤로는 그냥 몸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위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걸 반복했다. 눈을 감으면 속도가 더 느껴져, 억지로 뜨고 있었더니 건조하다 못해 빽빽해서 괴로울 지경이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정거장에 도착하였다. 조금이라도 날씬해 보이려고 아침도 안 먹은 탓인지, 아니면 놀이기구가 미칠 정도로 무서워서 그런 건지 잘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속이 무척 안 좋다는 것뿐이다. 안전벨트가 풀리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자기! 완전 재미있었죠?”

“……. 어…….? 어……. 그래. 재미있었어.”

“다음엔 저거 타러 가요! 맨 끝에 앉아야 제일 재미있으니까!”

메타톤은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이번엔 바이킹이다. 그걸 본 순간 정신이 아찔했지만 어느 샌가 나는 바이킹의 맨 끝 자리에 앉아있었다. 들뜬 메타톤의 옆에서 억지로 웃어 보이며, 그냥 바이킹이 빨리 움직이고 끝나길 바랐다.

 

“자, 저 너무 무서워요! 내리고 싶어요! 하시는 분은 손을 들고 흔들어주세요!”

 

직원의 말에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손을 들고 미친 듯이 흔들고 싶었지만, 이제 와서 그럴 수도 없으니 그냥 꾹 참고 말았다. 바이킹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려온다. 나는 환호고 뭐고 그냥 가만히 앉아 손잡이만 꾹 잡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온 몸이 덜덜 떨려온다.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냥 무섭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가득하다. 빨리 내리고 싶다.

공포치가 극에 달할 때, 바이킹이 멈추었다. 나는 그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냥 메타톤에게 확 말해버리고 싶었다. 아니, 말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무서운 놀이기구는 더 이상 타지 못하겠다고. 나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메타톤을 바라보았다. 나와 다르게 엄청 개운하고 재미있었다는 듯, 웃고 있었다. 해맑은 그 미소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데 어떻게 놀이기구를 타지 않겠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뒤에 나는 메타톤을 따라 높이 올라가서 회전하고, 또 미친 듯이 회전만 하고, 또 높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걸 반복하는 놀이기구만 탑승하였다.

 

“우리 조금만 쉬었다가 또 탈까요? 제일 인기 많은 건 전부 다 탔으니까…….”

“그럴까? 그럼 나 잠시 편의점에 다녀올게. 목이 말라서…….”

“자기는 앉아서 쉬고 있어요. 내가 사올게요.”

 

메타톤은 나를 벤치에 앉히고는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그제야 나는 마음을 놓고 편히 쉴 수 있었다. 벤치에 기대어 몸을 조금 늘어뜨리더니 왠지 모르게 잠이 몰려왔다. 눈이 감기고 몸이 늘어진다. 나는 최대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스스로 볼을 꼬집었지만 잠이 달아나기는커녕 오히려 더 피곤해지고 말았다. 정신을 잃고 잠이 들려던 순간, 뺨에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정신이 돌아온 나는 고개를 들고 위를 바라보았다.

 

“저 왔어요, 자기! 이거 마셔요!”

 

메타톤이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음료를 건네준 뒤 옆에 앉았다.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음료를 한 입 마셨다. 잠이 좀 달아나고 속이 좋아진 기분이 들었다.

 

“고마워, 메타톤.”

“뭘요. 자기. 오래간만에 데이트인데 제가 잘 해줘야죠.”

“메타톤은 늘 나에게 잘해주잖아.”

“그렇지 않아요. 바쁘단 핑계로 연락도 잘 안하고……. 그리고……. ”

 

메타톤은 말끝을 흐리며 머뭇거렸다.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모습에, 나는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메타톤은 대답이 없었다.

메타톤의 시선이 불안하게 이리저리 흔들린다. 최근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걸까.

나는 벤치에 올려진 메타톤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러자 메타톤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싱긋 웃어보였다. 억지로 힘들지 않은 척 하는 모습에 내 마음은 그리 좋지 않았다.

내가 다시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던 순간, 메타톤이 내 손을 꽉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기. 우리 관람차 타러 가요.”

“응?”

“갑자기 타고 싶어졌어요. 얼른 가요!”

 

웃고 있는 메타톤의 얼굴에서 관람차는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니 그곳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 읽혔다. 역시 안 좋은 일이 있는 게 분명하다. 나는 메타톤에게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관람차에 탄 우리는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높은 곳이 무서워서 그런지 창 바깥의 풍경 대신에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있는 나와 달리, 메타톤은 무언가 불편한 듯, 나를 바라보다가 창 바깥을 바라보는 것을 반복하였다. 어느 순간, 메타톤과 나는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메타톤이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언제 봐도 정말 멋진 미소였다. 나는 괜히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 자기, 할 말이 있어요.”

“응? 뭔데…….?”

“……. 으음. 그러니까…….”

 

메타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덕분에 관람차가 잠시 흔들렸고, 깜짝 놀란 나는 메타톤의 품에 파고들었다.

 

“괜찮아요, 자기?”

“그……. 그게……. 안 괜찮아.”

“……. 혹시, 자기는 높은 곳을 무서워하나요?”

“응. 엄청 무서워해.”

“그럼……. 속도가 빠른 롤러코스터나 바이킹 같은 것도 무서워하나요?”

 

메타톤의 말에 나는 머뭇거리다가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메타톤이 손을 들어 내 어깨를 감싸주었다.

 

“……. 무서워하면 진작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것도 모르고 난 계속 그런 놀이기구만 타자고 했잖아요.”

“그치만……. 메타톤이랑 이렇게 데이트 하는 것도 엄청 오래간만이고……. 메타톤이 즐거워하는 모습만 보고 싶으니까.”

 

메타톤은 대답이 없었다. 대신에 한 손으로 내 턱을 잡고 들어 올린 뒤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놀란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메타톤을 바라보았다. 메타톤은 생글생글 웃어 보이다 입을 열었다.

 

“나한테 억지로 맞춰 줄 필요는 없어요, 자기. 나만 즐거운 것 보단 우리 둘이 함께 즐거운 게 좋잖아요?”

“하지만…….”

“미안해요, 자기. 내가 자기에게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건데.”

 

말을 마친 메타톤은 나를 끌어안았다. 다정한 그의 속삭임이과 따뜻한 품이 긴장된 내 마음을 풀어주었다.

 

관람차에서 내린 우리는 놀이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었다. 회전목마나 주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귀여운 기차를 타기도 하였고, 놀이공원 안에 작게 마련된 동물원을 구경하기도 하였다. 피에로가 주는 풍선도 받고 놀이공원에서만 파는 동물머리띠를 구매한 뒤 함께 쓰고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즐겁고 행복하였다.

 

시간이 많이 지나, 놀이공원에 설치 된 작은 시계탑이 오르골 소리를 내며 종을 울렸다. 이제 곧 놀이공원이 문을 닫을 시간이다. 벤치에 앉은 나는 살짝 고개를 들어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럴 때만 빨리 지나가는 시간이 야속할 뿐이다. 놀이공원에 있던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출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다음에 또 오자는 말이 많이 들린다. 나도 나중에 메타톤과 또 놀이공원에 올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는다. 옆에 앉아 있던 메타톤은 이런 내 우울한 마음을 알아 챈 듯, 내 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생글생글 눈웃음을 짓고 있는 메타톤을 바라보았다. 메타톤은 나에게 얼굴을 조금 가까이 한 뒤 입을 열었다.

 

“자기, 오늘 즐거웠어요?”

“응. 엄청 즐거웠어. 메타톤은?”

“저도 엄청 즐거웠어요. 그러니까……. 다음에 또 놀러 와요, 자기.”

 

다정한 그 속삭임에 나는 대답 대신 메타톤의 품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곧 이어 메타톤의 손이 내 어깨를 감싼다.

 

“많이 피곤 할 텐데 이제 집으로 가요.”

 

말을 마친 메타톤은 내 머리에 쪽, 하고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의 품에서 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메타톤은 무언 가 불편한 듯, 운전을 하는 내내 좋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몇 번이나 계속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지만 그때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을 마음이 편치 않다.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있어서 좋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분위기가 찬 물을 끼얹은 것처럼 냉랭하다. 분위기가 무거운 탓 인지, 아니면 조금 피곤한 탓 인지 눈이 슬슬 감기기 시작한다. 눈꺼풀이 무겁다. 나는 허벅지를 꼬집으며 잠에서 깨어나려 했지만 결국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 자기, 일어나요. 도착했어요.”

 

메타톤의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아직 잠이 덜 달아난 상태에서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내가 사는 집 근처에 도착 한 건 확실하다.

나는 차 안에 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오후 8시30분이다. 나는 졸음을 없애기 위해 손바닥으로 마른세수를 하였다. 어느 정도 졸음이 가시자마자 나는 고개를 돌려 메타톤을 바라보았다. 메타톤은 날 보며 또 생글생글 웃고 있다. 언제 봐도 참 매력적인 미소에, 괜히 마음이 또 무거워진다. 하지만 최대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나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메타톤. 오늘 정말……. 즐거웠어."

"저도 즐거웠어요, 자기. 그럼 다음에……."

"……. 메타톤. 있잖아……."

"왜 그래요?"

"그러니까……. 그게……."

 

조금만 더 곁에 있고 싶다는 말이 목구멍이 걸려 나오지 않는다. 메타톤도 내일 무척 바쁠 테고 또 엄청 곤란할 테니까.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기……."

 

메타톤이 나를 다정하게 불렀지만 조금만 더 곁에 있고 싶다는 나의 욕심이 튀어 나올 것 만 같아 입을 열지 않았다. 더 이상 메타톤을 바라볼 수도 없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메타톤이 나를 끌어당겨 얼굴을 가까이 하였다.

 

"어……. 메타톤……."

"……. 자기. 오늘 내 곁에 있어주면 안될까요? 일찍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메타톤의 말끝이 흐려진다. 나는 두 손으로 들어 메타톤의 뺨 을 감싸준 뒤 입을 열었다.

 

"나도……. 나도 오늘 메타톤 곁에 좀 더 있고 싶어."

"정말이에요? 정말로 내 곁에 있고 싶어요?"

"당연하지."

"……. 자기……. 그럼 우리 집으로 갈까요?"

 

나는 대답 대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메타톤은 기쁜 듯, 눈웃음을 지어보이다 내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소파에 앉은 나는 사진앨범을 펼쳤다. 메타톤과 내가 놀이공원에서 구매한 고양이머리띠를 쓰고 함께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벌써 1년 전 일이다. 그 때의 추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놀이기구를 잘 못 타서 벌벌 떨기도 하였고, 달콤한 솜사탕을 먹으며 미소를 짓기도 하였다. 1년 전 일이지만 엊그제 있었던 일 처럼 생생하다. 한참 추억에 잠겨있던 그 때, 차가운 기운이 내 뺨에 닿는다.

살짝 놀란 나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메타톤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자기, 뭐 하고 있었어요?"

"우리 1년 전에 놀이공원 가서 찍은 사진들 보고 있었지."

"그게 1년 전 일이에요? 꼭 엊그제 같은데."

"……. 나도 그래."

 

말을 마친 나는 앨범을 넘겼다. 웨딩사진과 신혼여행 때 찍은 사진들로 가득하다. 그 사진들을 보니 문득 메타톤이 청혼을 했던 때가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웃는 모습을 본 메타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왜 그래요? 자기?"

"메타톤이 청혼 했을 때가 떠올라서. 집에 돌아온 날 침대에서 청혼을 할 줄은 몰랐다고?"

"그, 그때 그건……. 아무튼 전 관람차에서 청혼 하려고 했었다고요! 근데 제가 너무 뜸을 들이는 바람에……."

"침대에서의 청혼도 나쁘지 않았는걸."

 

나의 말에 메타톤은 얼굴을 잔뜩 붉히며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그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게 느껴져, 두 손으로 메타톤의 뺨을 감싸주었다.

 

"이럴 때 보면 메타톤도 정말 귀엽다니까."

"자기는 나 놀리는 데 선수에요. 정말."

"흐음……. 그런가?"

 

나는 생긋 웃으며 메타톤의 손을 꼭 잡고 그 품에 기대었다. 그러자 메타톤이 나의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몇 년 뒤면 우리 아기랑 같이 놀이공원에 갈 수 있겠죠?"

 

메타톤의 다정한 속삭임에 나는 내 배를 내려다보았다.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은 배가 눈에 들어온다. 메타톤의 말 대로 몇 년 뒤에 아기랑 놀이공원에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내 배 위에 올려진 메타톤의 손을 감싸며 입을 열었다.

 

"물론이지. 꼭 그 놀이공원으로 가자. 우리 아기도 무척 좋아 할 거야."

"얼른 그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메타톤이 내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춘 뒤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사랑한다고 작게 속삭여줬다. 그 다정한 품과 달콤한 속삭임이 좋다. 나는 메타톤의 품에서 살며시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나도 사랑해, 메타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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