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잇토키 오토야X에이사카 요루미

​노래의 왕자님

샤비

*노래의 왕자님 Repeat 오토야 루트 네타가 있습니다. 네타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나하고 데이트하지 않을래?’
‘…아! 그, 그러니까, 데이트라곤 하지만 그, …파트너 사이의 친목회 같은 거…,라고 해야되나.’

 


머리 속에서 생각나는 말에 립글로즈를 열던 손을 멈췄다. 데이트,가 아닌데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까. 고민하던 그녀가 거울 속의 자신과 마주쳤다. 옅은 화장이 있는 얼굴은 망설임이 드러났다. 환기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에어컨이 틀린 방 안은 탁한 공기가 가득하다. 그녀는 기침을 두어번 했다. 건조해진 목에 그녀는 컵에 받아 두었던 물으로 목을 축였다.


‘그럼, 아침 11시에 교사(校舍) 앞에서 만나는 거, 어때?’


시계는 10시를 조금 지난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가방을 손에 쥐었다.

 


방학에다가 이른시간인지 사람은 잘 보이지않았다. 더운 날씨도 한몫을 더한 듯 했다.매미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다. 일찍 나왔나,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녀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주위를 살폈다. 그녀는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에서 햇빛을 피하기로 마음먹고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에 누군가가 그녀의 이름을 다급하며 부르며 뛰어왔다.

 

“아, 요루! …그, …방금 온 거야?”
“으응, 내가 늦었…이 아니라 왜 이렇게 일찍 나온거야?!”

 

다급하게 뛰어온 오토야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햇빛 아래에 꽤 오랜시간 서 있던 건지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요루미는 손등으로 그의 얼굴을 툭툭 쳤다. 으아,뜨거워.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그게, 엄청 기대되서… 나도 모르게 발이 움직이고 있었어. 너무 이른가,라고 생각했지만…. 요루도 빨리 올 줄은….”
“으음, 뭔가 오늘은 일찍 일어나버려서…. 그리고 준비도 빨리 마쳤고! 그래서 일단 나오긴 나왔는데….”

 


그럼 우리 둘 닮은 건가? 오토야가 제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의 말에 그녀는 쿵쿵,하고 가슴이 쎄게 뛰었다. 아,안 돼! 진정해!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외치며 그녀는 심호흡을 두어 번 했다. 그리고는 늘 평소의 표정으로, 해맑게 웃으며,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 처럼 말했다.


“가면 뭐부터 탈지 생각했어?”


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가면서 정할까?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꾸며 말을 이어가는 그녀는 유원지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는 늘 평소처럼 그를 대했다. 조금만 더 솔직해져도 좋을 것 같지만, 그녀는 아직 솔직하고픈 마음이 없는 듯했다. 아직은, 이대로가 좋으니까. 그녀는 애꿎은 제 입술을 손으로 뜯어내었다. 그 후에 오토야가 발견하고 손을 잡아내려서 또 심장이 제 멋대로 날뛴 일은 그녀만 알고 있다.

 

 

 

 

“뭐가 좋을까~ 유원지는 오랜만이라 고민이네….”


교내에 있는, 사오토메 왕국이라고 불리는 유원지ㅡ사장은 대체 돈이 얼마나 많길래 학교내에 유원지를 만들었을까,하고 세 번쯤은 생각했던 것 같다ㅡ는 다른 곳과 비교해도 틈 잡을 곳이 없었다. 교내라 그런건지 사람은 얼마 보이지 않았다. 별로 안 기다려서 좋네. 빠르게 옆을 지나가는 롤러코스터도 좋고, 소리가 날 때 마다 놀라는 범퍼카는, 운전을 전혀 못해서 재미없긴 하지만 오토야 옆에 같이 타,다가는 음, 아니다. 범퍼카는 패스하자. 유원지에 들어온지 10분이 다 넘어가지만 아직 하나도 타지 못했다. 서로의 의견을 말할 겸 잠깐 멈춰 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새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하얀 구름, 그리고 옆에는 초록색의...

 

“앗,나 저거!”

“으응?”
“관람차로 괜찮…. 어라.”


관람차라는 말에 오토야의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싫은가? 그럼, 다른거….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괜찮다고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손을 잡혔지만은,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관람차는 한 바퀴에 약 20분으로 느긋한 시간이었다. 땅에서 점점 멀어지는 관람차에서 창 밖으로 경치를 보았다. 올라갈수록 점점 더 작아지는 학교와 다른 건물들에 그녀는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앗,저거 기숙사지? 그녀의 말에 그는 아무말이 없었다. 이상하다, 그녀는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 고개를 숙인채로 뻣뻣하게 굳은 듯한 그에게 그녀는 손으로 그의 이마를 짚었다. 어디 아파? 손바닥이 닿은 이마는 따뜻하긴 했지만 여름의 온도에 의한 것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 미안…….”

 

그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바로 어깨에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다시 멋대로 제 심장이 쿵쿵 뛰었다. 진정해,진정해…! 좀!! 그녀는 다시 마음속으로 외치며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고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관람차를 타자고 했을 때의 그의 반응과 탔을 때 경치를 전혀 보지 못 하는 걸 보니 아마도 그는 높은 곳을 무서워 하는 듯 했다.

 

“혹시….  음, 높은 곳은 오토야에게 힘들어?”
“…응. 어릴 때 나무를 타다가 떨어진 이후에는…. 힘들어졌어. 미안, 나 요루에게 민폐를 끼치네….”
“그런거 아니니까 걱정마. 나도 무서워하는 건 있으니까.”

 


조심스레 그의 손을 잡자 그도 제 손을 꽈악 잡아왔다. 아직 진정이 되지 않은 건지 그의 어깨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요루미는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어두운거 싫어해. 어릴 때… 음, 이건 말 안할래!”
“…에?”
“어쨌든 이유는 비밀!  모종의 이유로 나는 어두운 곳을 싫어해. 그래서 잘 때도 스탠드 켜고 자야하는 걸~”
“…정말 이유는 안 말해 줄거야?”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혼자 남겨진 강아지처럼 쓸쓸한 눈빛이었다. 요루미는 잠시 망설였지만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응,안 말할래.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그는 입을 닫았다. 관람차가 다시 내려올 때 까지 그는, 계속 요루미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떨어지기 싫어. 그가 무의식중에 생각한 것이었다. 관람차의 문을 열고 땅을 밟는 순간 이번에는 그녀가 제 손을 잡아 이끌었다.

 

“이번엔 뭐 탈래? 아, 이번엔 네가 타고싶은 거 탈까?  내가 억지로 끌고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정말? 에… 그러면, 역시 공포의 집?”
“엥? 아, 자, 잠깐만….”

 

그녀가 어버버하는 사이에 그가 재빠르게 그녀를 끌고 공포의 집으로 들어갔다. 최대한 버텼다고는 하지만 또래 남자아이의 힘을 그녀가 이길리가 없었다. 후에 연속으로 비명소리가 들려온 건 누구의 것일까.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