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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비파

미카제 아이X현미나

노래의 왕자님

  유원지에서 촬영이 있다고 했다. QUARTET NIGHT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번에 유원지를 찾아가서 멤버들끼리 놀고 즐기는 모습을 촬영한단다. 아직 촬영까지는 3일이 남았는데 레이지가 벌써 들떠있다며 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나는 눈을 반짝였다. 유원지는 상당히 오랜만에 듣는 단어였다. 미나가 마지막으로 간 건 3년 전 대학교 수업이 끝나고 동기들과 함께였다. 가자마자 제트코스터를 비롯하여 익스트림 관련으로 다닌 탓에 마지막엔 모두 벤치에 쓰러지다시피 했던 기억이 났다. 미나가 양팔로 크게 원을 그리며 엄청 즐거웠다고 말했다. 심장 박동이 평균보다 올라가서 붉어진 얼굴을 보며 아이는 눈을 깜박였다.

  “그렇게 재밌어?

  “신나고 두근두근하고 몇 번을 타도 질리지 않는걸!”

  “그래? 저번에 탔을 땐 그다지 감흥이 없었는데.”

  아이가 떠올린 기억은 촬영으로 가서 후룸라이드를 탔던 것이었다. 물 위를 천천히 흘러가다가 마지막에 떨어질 뿐인 놀이기구는 스릴이란 것을 느낄 만한 것도 없었다. 떨어질 때 사진을 찍는다며 레이지가 여러 가지 포즈를 주문했다. 카메라 앞이어서 아이와 란마루, 카뮤 모두 알겠다고 했지만 마지막에 포즈를 취한 사람은 레이지뿐이었다. 사진을 받아들고 레이지가 세 사람을 향해 외쳤다.

  “다들 포즈 취한다며!”

  “그런 거 즐기는 건 레이지뿐이잖아.”

  “그런 걸 왜 하냐.”

  “흥, 그런 천박한 짓은 네 놈이나 하겠지.”

  “카메라 돌고 있으니까 호응해준 것뿐이야?! 모두들 너무해!”

  “시끄러워, 레이지.”

  레이지가 볼을 부풀리자 아이의 눈이 가늘어지고 란마루가 인상을 찌푸렸다. 카뮤는 이미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메이크업 담당 스탭에게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아이는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나는 그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이라면 후룸라이드 정도로는 별 흥미를 못 느끼겠네. 그럼 제트코스터는 어때? 그건 꽤 스릴 있잖아. 엄청 빨리 달리고.”

  “빠르긴 했지만 그게 스릴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야?”

  “빠르게 달렸다가 중간에 올라가는 곳에서 느려졌다가 다시 빨라지고 그런 속도감이 관련 있는 것 같던데.”

  “잘 모르겠어.”

  “하긴 스릴이란 것을 아이가 느끼기엔 놀이기구 정도론 부족할지도 모르지. 공포라는 걸 느끼지 않으면 스릴을 느낄 이유도 없으니까.”

  “그래?”

  아이가 반대쪽으로 갸웃거렸고 미나가 끄덕였다. 미나는 손으로 턱을 괴었다.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며 생각했다. 놀이공원은 미나에게 있어서 추억이 많은 곳이었다. 어릴 때부터 자주 놀러 다녔던 기억이 났다. 가족과 같이 가고 친구들과 같이 가기도 했다. 학교에서 갈 때도 있었지만 그 때도 변함없이 즐거웠다. 놀이공원은 어린 미나에게 마법이 일어나는 장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항상 반짝이고 신나는 놀이기구도 잔뜩 있으며 사람들의 웃음으로 가득하다. 맛있는 것들을 팔기도 하며 아무리 돌아다녀도 지치지 않았다. 친구들과, 가족과 함께 같이 웃고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도 자신이 가진 것을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미나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시 바로 세웠다.

  “같이 갈래요?”

  “놀이공원에?”

  “이번 오프 때 같이 가면 되죠! 나도 그 때 휴가 잡아둘게요. 연차 안 쓴 게 있어서 그거 쓰면 되거든요. 아이한테 놀이공원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요.”

  “좋아. 나도 미나가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흥미가 생겼어.”

  미나는 양팔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불렀다.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이 번진 것을 보고 아이도 따라 웃었다.

  “일단 촬영은 3일 후고 오프는 일주일 후니까 촬영 다 끝나고 가겠네요.”

  “응, 지금 당장 갈 수도 없지.”

  “그럼 아이한테는 지금 자료 조사가 필요하겠네요?”

  “그렇지. 미나가 말하는 놀이공원의 즐거움은 내 데이터베이스에는 없으니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나의 눈을 보았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여러 번 깜박이는 눈은 뭔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아이는 가만히 그 눈을 보았다. 미나의 눈꺼풀은 도무지 멈추지 않았다.

  “뭔가 말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그 자료 조사, 내가 도와줘도 돼요?”

  “당연하지. 미나는 놀이공원의 즐거움을 느껴본 경험자니까. 경험자의 이야기는 좋은 데이터가 될 수 있어.” 

  “좋아요! 그럼 당장 시작할래요?”

  “그럴까?”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두 사람은 서로를 보았다.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어느새 미나는 잔뜩 들떠서 양손을 주먹까지 쥐고 들어 올렸다. 얼굴 부근에서 열심히 흔들면서 얘기하는 그녀의 얼굴은 놀이공원에 가기도 전임에도 벌써 즐거움에 물들어있었다. 행복했던 추억을 이야기하는 미나를 보며 아이도 덩달아 웃었다. 즐거움은 전염된다고, 누군가를 보면서 느껴지는 즐거움과 행복은 미나를 만나고서부터 계속 느껴왔다. 아이는 미나의 말에 호응을 하며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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