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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틴

스파크+클링

포켓몬GO

*포켓몬 GO 의 ‘스파크’ 썸 드림입니다.

*세계관으로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사용하였습니다. 세계관 해석에 민감하시다면 피하시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스파크와 클링이 노랑시티의 포켓몬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0시로 꽤 늦은 시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랑시티는 관동 지방의 최고의 대도시답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들과 확연히 다르게 활기를 띠고 있었다.

둘은 포켓몬센터에서 그들에게 내어준 방들 중 클링이 침실로 쓸 방에서 밖이 어둑어둑해진 것도 모른 채 계속 오늘의 결과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클링이랑 얘기하면서 오늘을 정리하면 정말 오늘도 쉴 틈 없이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 막상 그때는 힘든 것도 모르겠는데 말이지.”

“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그런 것보다 빨리 박사한테 보고 전화나 해..!”

 

둘은 거의 매일 쉴 틈 없이 보낸 당일에 있었던 일을 ‘윌로우 박사’에게 보고해야만 했다. 보고 사항은 대부분 오늘 그들이 새로 만난 포켓몬들에 관한 이야기들이었으나 밀리면 시간을 꽤 많이 잡아먹곤 했었다.

 

“헉, 까먹고 있었어.. 어제도 못했는데 큰일 날 뻔했네. 그나저나 클링도 영상 통화할래?”

“하아? 내가 박사랑 왜..”

“클링도 하자, 응? 통화하자!”

 

스파크가 잔뜩 애원하는 눈빛과 금방이라도 할 거지? 할 거지?라고 말할 것만 같은 표정에 클링은 윌로우 박사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으나 스파크 때문에 결국 통화를 하기로 결정했다. 스파크는 뭐가 그렇게 좋은 건지 통화를 할 노트북을 꺼내는 동안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통화는 어디서 할 거야? 책상?”

“클링 피곤한 것 같은데 그냥 침대에서 하는 건 어때? 내가 옆에 앉을게. 클링은 누워있어도 괜찮아.”

“아, 아니.. 됐어. 앉을게.”

 

클링은 이불 속에서 꼬물꼬물 몸을 끄집어낸 후 침대가 닿아있는 벽에 기대었다. 클링은 스파크가 앉을 자리를 위해 자신의 옆쪽에 널브러진 이불을 한 쪽으로 치워두었다. 스파크는 클링이 치워둔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후 노트북을 켰다. 노트북 화면이 들어오자 스파크는 통화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윌로우 박사에게 전화를 거는 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트북 화면에는 머리가 평소보다 산만한 상태의 윌로우 박사와 그 뒤로 그의 연구소가 보였다.

 

“오, 스파크구나. 응? 웬일로 클링도 통화를?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당신 보려고 한 거 아니거든! 그냥 리더가 같이 하자고 해서 하는 거라고?”

“나 보기가 싫으면 스파크의 제안을 거절했으면 될 것 아닌가. 혹시 스파크의 제안은 거절을 못하는 이유라도 있는 거야?”

“시, 시끄러워! 그런 거 아니거든? 완전 바보 아니야?”

 

클링과 윌로우 박사는 예전에 만났을 때처럼 서로 툭탁거렸다. 솔직히 윌로우 박사는 클링의 반응이 재밌어할 뿐이고 클링은 그의 그런 면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때문에 둘이 툭탁거릴 때에는 스파크나 주변에 있는 사람이 둘을 떼어놓곤 했었다.

 

“그래그래, 그렇게 사이가 좋으면 내일 유원지라도 다녀오지그래?”

“..유원지?”

“사실 너희 둘이 어제 전화했으면 알려주려고 했었던 건데.. 블루시티에 꽤나 큰 이동형 유원지가 개장했다고 하더라고. 딱 내일 오후 8시까지만 한다던데 최근에 잔뜩 힘냈으니까 조금은 즐기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싶어서.”

 

윌로우 박사의 특급 정보에 스파크의 눈이 반짝거렸다. 윌로우 박사는 화면 너머로 보이는 스파크가 이미 보고 같은 것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훌륭한 조수로서 곁에 있던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모를 리가 없었다.

 

“오늘 통화는 여기서 끝마치는 것으로 할까? 아, 내일 간다면 보고는 무리겠으니 모레에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걸로. 참고로 개장은 오전 10시! 그럼 이만.”

 

윌로우 박사는 자신의 할 말을 모두 전한 후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이 뒤의 일은 자신의 훌륭한 조수가 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

 

“클링은 이동형 유원지 어떻게 생각해?”

“사실은..”

“응응.”

“나.. 유원지라는 곳 가본 적 없어.”

 

스파크는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유원지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니, 그렇게 재밌는 곳을? 하지만 클링에게 가끔 들은 과거를 생각하면 유원지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이 크게 이상하지 않을 것도 같았다.

 

“..그곳은 정말 즐거워! 나도 자주 놀러 가곤 했었는데.. 아니지, 유원지 사진을 검색해보자. 분명 클링도 마음에 들어 할 거야!”

 

스파크는 인터넷에 접속한 후 유원지를 검색했다. 그러자 화려한 조명들과 재밌어 보이는 것들이 가득한 유원지의 풍경 사진들과 아이들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들이 화면에 하나둘 띄워졌다.

 

“여기가 유원지라는 곳이야?”

“응,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저건 뭐야?”

 

클링이 노트북 화면에 띄워진 사진 중 한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사진은 관람차를 로우 앵글로 찍어놓은 것이었다.

 

“그건 관람차라는 거야! 천천히 타고 올라가면 유원지에 모든 것이 라즈열매 한 알처럼 작게 보여! 밤에 타면 아주 예쁜 야경을 볼 수도 있어.”

“..진짜? 모든 게 라즈열매 한 알처럼 작게 보여?”

“물론이지, 못 믿겠으면 내일 가서 타면 되겠네!”

 

어쩌다 보니 스파크의 페이스에 말려든 클링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파크는 클링이 고개를 끄덕이자 재차 정말 갈 것이냐고 물었고 클링은 스파크에게 개장이 9시이니 7시에는 출발해야 할 것이라며 일찍 자 두라고 말했다. 스파크는 생글생글 웃으며 알겠다고 말한 뒤 클링에게 ‘잘 자’라고 저녁 인사를 하고 클링이 이불에 들어가자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나갔다. 스파크는 이불에 들어간 뒤로 좀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 그것은 클링도 마찬가지였다.

 

**

 

둘은 피곤했지만 알람시계의 알람에 맞추어 일어난 후 블루시티로 향했다. 여유 있게 출발하기 위해 조금 이른 시간에 출발했더니 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하지만 둘은 유원지 생각에 추운 줄도 모르고 발걸음을 빨리했다.

 

“리더는 예전에 유원지에 와봤다고 했었지? 거기선 뭐 해?”

“사실 이동형 유원지는 나도 처음이라 어제 조사를 좀 해봤는데 원래 이동형 유원지는 주로 관람차 같은 탈것들 중심인데 우리가 갈 곳은 간식 가게도 많고 게임도 많다고 하더라고! 뭐부터 하는 게 좋을까..”

 

스파크가 이런저런 조사한 정보들을 클링에게 전달하고 클링은 그 내용을 흥미롭게 들었다. 난생처음으로 가보는 유원지였다. 스파크가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유원지의 이야기는 클링에게 그 어떤 책의 내용보다도 다음이 궁금해지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 둘은 블루시티 입구에 도착했다. 블루시티에 들어가자 어젯밤 노트북에 띄워져있던 사진들의 광경이 둘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게.. 유원지..”

“클링, 어서 들어가자! 일찍 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아서 서둘러야겠어!”

 

스파크와 클링은 유원지 입구 안으로 들어왔다. 스파크는 입구 근처에 있는 팸플릿 쪽으로 뛰어가 두 개를 집었다. 아기자기한 표지가 귀여운 팸플릿이었다. 클링에게 돌아가려던 찰나 스파크는 자신도 모르게 클링의 근처에서 이탈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뒤에서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스파크는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찾아보았지만 자꾸만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에 의해서 조금씩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때, 인파들 속에서 한 손이 스파크의 겉옷 소매를 간신히 붙잡았다. 스파크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 손길이 느껴진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숨을 거칠게 쉬고 있는 클링이 서있었다.

 

“하아... 리더...”

“클링...?”

“진짜.. 완전.. 바보 아니야? 내가 얼마나 찾았는데.. 일단 저쪽으로 좀 빠지자.”

 

넓은 거리의 한 곳에 마련되어 있는 벤치에 둘은 나란히 앉았다. 클링은 아직까지 숨이 거칠었다. 스파크는 클링의 숨소리를 들을 때마다 미안한 감정이 몸을 옭아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안.”

 

스파크가 축 처진 채 사과를 하자 클링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 어어..?”

 

클링은 스파크의 머리카락 위에 올려놓은 오른손을 황급히 치우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뭔가 분위기를 바꾸어놓지 않으면 유원지를 즐기지도 못하고 이상한 기분에만 휩싸일 것만 같았다.

 

“뭐, 뭐라도 먹자..! 리더도 나도 둘 다 배고픈 것 같은데..!”

“아.. 그래, 그러는 것도 좋겠다..!”

 

둘 사이에는 아까 전 상황 때문에 꽤 어색한 기류가 돌고 있었다. 둘은 서로에게 말도 하지 않고 식당이 많은 쪽으로 인파를 헤치고 성큼성큼 걸어나가고 있었다. 스파크는 클링의 뒷모습을 빤히 보다가 결심한 듯 말을 꺼냈다.

 

“클링, 우리 서로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손잡는 거 어때?”

“손을 잡는..”

“아, 아니.. 제일 효과적일 것 같아서..! ...어때?”

 

스파크가 클링에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오른손을 내밀었다. 클링은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자신의 왼손보다 조금 큰 그의 오른손에 깍지를 꽉 꼈다.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도록.

 

**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어느 정도 속이 편해졌을 즘 둘은 본격적으로 유원지를 즐기기 위해 식당 밖으로 나왔다. 식사를 하는 동안 둘이 같이 짠 코스대로 움직이면 충분히 오후 8시까지 잔뜩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빙글빙글 도는 회전컵부터 시작해서 관동 9번 도로를 이용하여 만든 귀신의 집 같은 것들이나 반짝거리는 불빛으로 가득한 거리와 그런 거리에 쭉 늘어선 게임들을 즐기다 보니 회전컵이 돌아가는 것처럼 시곗바늘도 돌고 돌아서 어느새 시계는 막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슬슬 체력이 다 떨어진 둘은 거리를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후아, 진짜 많이 탔다.. 내가 가 본 유원지 중에서 여기에서 제일 많이 탄 것 같아..”

“..그래? 나도.. 유원지는 처음이지만.. 무지 많이 탄 것 같긴 해..”

“이제 슬슬 그걸 타도 괜찮겠다. 얼른 가자, 클링이 가장 타고 싶었던 것을 아직 못 타봤잖아?”

 

클링은 힘이 빠진 왼손을 스파크의 오른손에 꾹 깍지를 꼈다. 스파크의 안내에 클링은 뒤를 졸졸 쫓아왔다. 더 탈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 찰나에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설마.. 그..”

“맞아, 바로 관람차!”

 

클링이 가장 궁금해했으며 가장 흥미를 보였던 관람차. 둘은 관람차의 대기줄에 섰다. 예쁜 야경을 보기 위해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클링은 기다리는 내내 돌아가는 관람차를 올려다보았다. 노트북에서 본 사진을 찍은 카메라도 이렇게 관람차를 올려다보았을 것이다.

 

“클링, 다음은 우리야.”

“앗, 벌써..!”

“여길 봐둬. 위에서는 정말 라즈열매 한 알처럼 작게 보이니까.”

 

둘은 거리에서 팔던 솜사탕처럼 분홍빛을 띠고 있는 관람차에 올라탔다. 관람차는 서서히 둘을 안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그다지 다를 거 없겠지만 위에 올라가면 정말 작게 보여. 으아.. 그나저나 꽤 피곤하네.. 오랜만에 즐겨서 그런 걸까..?”

 

피곤한 스파크와 다르게 클링은 관람차에서 특별한 에너지라도 받은 건지 창문 밖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클링의 눈동자에 비치는 밖의 모습이 점차 하늘에 닿을 듯 올라갔다. 그리고 드디어 정점에 다다랐을 때 클링은 창문에 얼굴을 바짝 대고 밖을 쳐다보았다.

 

“우와..”

 

정말 라즈열매 한 알같이 모든 것이 작아 보였다. 마치 형형색색의 조그만 구슬들이 밤하늘 아래에 뿌려진 것 같기도 했다. 클링은 한동안 밖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 클링이랑 쭉 계속 있고 싶어.”

“응..?”

 

클링은 자신의 뒤편에 앉은 스파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관람차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스파크는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조금 부끄러운 지 뺨이 조금 솜사탕처럼 분홍빛으로 물들어있었다.

 

“클링에게 쭉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오늘의 유원지처럼.”

“나도.. 리더랑 같이.. 있는 게 좋아.”

 

스파크를 따라서 클링도 평소에 부끄러워서 하지 못한 말을 툭 내뱉었다. 클링의 말에 스파크가 놀란 반응을 보였지만 클링은 스파크 쪽을 쳐다보지 않고 창문 밖만을 쳐다보았다. 관람차가 거의 다 내려와서 그런 지 조금씩 원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도 건물들 그리고 둘의 속 안에 있는 알 수 없는 감정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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