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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먹 싸움으로 인한 폭력 묘사 주의. 얀데레 요소 有.

 

 

“…루엔, 왜 그래?”

 

마이스터는 몇 번이고 창밖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루엔이 신경 쓰여 결국 설명을 멈추었다. 옛날부터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집중을 못하는 그녀이긴 했지만, 오늘은 조금 심하다. 마치 뭔가에 쫒기는 사람처럼 불안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는 루엔는 평소보다 더 예민해 보였다.

 

“엔, 뭔가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나요?”

 

마이스터 뿐만 아니라 제너럴 까지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 그걸 눈치 챈 루엔이 그제야 ‘어?’ 라고 대꾸했다. 참여인원은 겨우 셋, 내용은 형식적인 설명과 보고뿐이긴 해도 일단은 회의시간인데 이래선 곤란하지.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어 괜찮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너럴. 계속 이야기 해, 마이스터. 미안해.”

“잠이라도 설쳤어? 피곤해 보이는데.”

“그런 건 아니고….”

 

다시 한 번 창밖으로 향한 시선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으음.’ 길게 앓는 소리를 낸 그녀는 자신을 보고 있는 마이스터와 제너럴을 향해 손짓하며 고개를 숙였다. 귀 좀 빌려 달라, 뭐 그런 의미겠지. 두 사람은 기꺼이 머리를 마주할 수 있을 정도로 다가가 주었다.

 

“누가 여기 보고 있는 거 같지 않아요?”

 

뜬금없는 말을 하는 루엔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장난을 하거나 농담을 하는 건 아니란 뜻이었다. 루엔이 힐끔거리던 창문을 빤히 바라본 마이스터는 제일 먼저 고개를 들며 어깨를 으쓱였다.

 

“난 모르겠는데. 제너럴, 너는?”

“글쎄요. 딱히 인기척이 느껴지거나 하진 않지만, 엔은 무법지대 출신이라 기척에 민감해서 뭔가 느낀 걸지도 모르니까요. 나가볼까요?”

“아, 아니에요.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계속 하죠, 회의.”

 

‘그냥 기분 탓인가 봐요.’ 그녀는 스스로의 의문점을 그렇게 정리했지만 두 남자는 그다지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뭔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지만 함부로 뭔가를 묻기엔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그냥 그녀를 위해서라도 회의를 계속 하는 게 좋겠지. 마이스터는 미심쩍은 얼굴로 설명을 계속했고, 제너럴은 입을 닫았다. 루엔은 여전히 집중하지 못했지만 듣는 걸 메모하며 억지로 제 머릿속에 설명을 쑤셔 넣으려는 노력 정도는 했다.

 

“그럼 여기까지. 모두 수고했어. 난 다시 작업실로 간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이스터.”

“수고했어, 조심해서 가.”

 

후우. 마이스터가 나가기 무섭게 들고 있던 펜을 놓은 루엔이 책상 위로 엎어졌다. 아직도 시선을 느끼고 있는 걸까. 식은땀을 흘리는 그녀는 아까 전 보다 나아진 게 없어보였다.

 

“엔, 무슨 일 있나요?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든 걱정을 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제너럴 같은 경우에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으니 더더욱 모른 척 할 수 없겠지. 루엔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가온 그는 가볍게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를 닦아주었다.

 

“…미안해요, 제너럴. 요즘 자꾸 누가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네? 언제부터…?”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황도에 오고 나서 쭉?”

 

그렇다면 그리 최근 일도 아니라는 소리다. 자신은 왜 그녀가 이상하다는 걸 이제야 눈치 챈 걸까. 제너럴의 표정이 잠깐 일그러졌지만, 남을 볼 여유가 없는 루엔은 여전히 창밖만 살피느라 그걸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기분 탓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죠? 그래도 막상 뒤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해서…. 나 참, 암살자라도 붙었나.”

“그런 말은 농담으로라도 하지마세요. 그리고 엔 정도의 실력자에게 기척을 숨기려면 만만치 않은 실력자일 텐데….”

 

능숙하게 그녀를 달래던 제너럴은 제가 내뱉던 말에 놀라 입을 닫았다. ‘그녀 정도의 실력자’라. 무법지대에서도 제일 무서운 카르텔 사냥꾼을 속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면 제너럴은 단 한사람의 이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루엔을 미행하거나 뒤쫓을 필요가 없는 위치에 있다. 그러니 아마 아닐 것이다. 아마. 그럴 리가 없었다.

 

“…당분간은 외출을 삼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혹시 불안하다면, 망을 봐 줄 사람을 구할까요?”

“그건 좀…. 전 황도군도 아니니까. 그렇게 까지 하면 제너럴도 한 소리 들을 걸요? 데스페라도도 같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천천히 고개를 든 루엔은 호흡을 가다듬고 일어섰다. 힐끔. 또 한 번 시선이 창가로 갔지만 이번에도 역시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미치겠네.’ 입모양만으로 중얼거린 그녀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제너럴을 향해 환하게 웃어주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너럴. 괜찮아요. 정 안 좋아지면 그땐 말할게요.”

“…정말 괜찮은 거 맞죠?”

“그럼요. 저 못 믿나요?”

 

자신을 좋아하는 걸 뻔히 아는 사람에게 저런 말투로 묻는 건 잔인한 일이었다. 루엔은 그걸 알면서도, 제너럴에게 이런 식으로 알겠다는 대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바쁜 사람을 자신이 더 정신없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녀로선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엔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후후, 고마워요. 제너럴도 무리하지 마요.”

 

제 의도대로 대답해준 그가 고맙지만, 그 고마움만큼 미안하다는 마음도 함께 든다. 루엔은 화상 상처로 얼룩진 그의 손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 밖으로 나섰다.

텅 빈 복도는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자신의 착각인가. 루엔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숙소 쪽으로 향했다. 차라리 착각이라면 좋겠지만 어째서일까. 그녀는 아까까지 살피던 기척이 지금은 떠나간 것뿐이지, 제가 방안에서 느낀 시선이 착각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 왔어, 데스페라도.”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돌아간 그녀는 방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연인에게 인사했다. 회의는 길지 않았지만, 데스페라도는 자신과 떨어져 있는 시간은 길든 짧든 좋아하지 않았다. 짧은 기다림도 그에겐 지겨웠겠지. 그걸 알기에 상냥하게 인사를 건넨 루엔이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차가웠다.

 

“어디 갔다 왔어?”

“…응? 내가 나갈 때 말했잖아. 회의 하러 간다고.”

“요즘은 회의를 그렇게 작은 방에서 셋이서 소곤소곤 하나?”

 

‘그걸 어떻게 알아?’ 그렇게 대답하려던 루엔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왜 대답이 없어? 변명이라도 생각하고 있냐?”

“데스페라도.”

“왜?”

“설마 해서 묻는 건데, 나 미행했어?”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황도에 와서 느꼈던 기척들은 모두 데스페라도와 따로 행동할 때만 나타났었다. 이걸 이제 안 자신도 바보 같지만, 설마 그 기척의 주인이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연인의 것이었다니.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작정하고 자신을 숨기려 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게 중요해?”

“중요하지. 나 참,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내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왜 예민하게 나와? 뭐 내가 보면 안 될 짓이라도 하고 다니나봐?”

 

데스페라도의 말은 여전히 공격적이고 차갑다. 루엔은 왜 그가 이렇게 날을 세워 자신을 몰아붙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다음 튀어나온 단 한 마디의 말로 모든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거짓말 하고 나가서 다른 남자만나고 다니니까 좋았어?”

“…뭐?”

“뭘 아닌 척 해. 표정 좋던데? 아주 입술도 비비지 그랬어? 아, 했던가? 손이지만.”

 

그가 가리키는 대상은 명백했다. 루엔은 애써 표정유지를 하던 것도 포기하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 황도에 와서부터 시선을 느낀 이유도 이제야 이해가 간다. 데스페라도가 말하는 ‘다른 남자’는 황도에만 있었으니까.

 

“지금 내가 제너럴이랑 있다가 왔다고 이러는 거야?”

“그럼? 아 혹시 다른 남자도 있냐?”

“그걸 말이라고 해? 제너럴이 뭘 했다고 그래?”

“그 자식이 너 좋아하는 거 내가 모를 거 같아? 아마 여기 있는 놈들은 다 알걸?”

 

루엔은 저 말에 뭐라고 반박해줘야 좋을지 몰라 잠깐 입을 닫았다. 확실히 제너럴은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건 잘 알고 있지만, 절대 부적절 한 짓은 한 기억이 없는데. 루엔은 답답함에 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손에 입을 맞추는 정도는 누구에게라도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이상의 스킨십을 한 기억도 없는데, 대뜸 외도라도 한 것처럼 굴다니. 차라리 손등에 키스한 일만 가지고 화를 내는 거라면 이렇게 황당하진 않을 텐데.

 

“무슨 오해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나랑 제너럴은 딱히 불건전한 짓은 안했거든? 제너럴에게 물어보던가.”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너야 말로 증거도 없이 이러는 거 아냐? 계속 미행해 왔으면 알 거 아냐. 아무 짓도 안 했거든?”

 

언쟁이 격해지자 목소리도 조금씩 커진다. 멀찍이 떨어져서 말싸움만 하던 두 사람은 그때까지는 괜찮아 보였지만, 조금 뒤 루엔이 자리를 피하려는 걸 계기로 폭발했다.

 

“됐어! 나중에 이야기 해. 내가 어이가 없어서…!”

 

이대로 계속 싸워봐야 아무 득도 없다. 머리도 조금 식히고 이성을 되찾은 후 이야기 하면, 분명 데스페라도도 말이 통할 것이다. 루엔는 제 연인의 이성을 믿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현실은 그녀가 생각하는 대로 굴러가주지 않았다.

순식간에 다가온 손이 팔을 낚아채고,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강한 힘으로 잡아당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만 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너무 화가 나서 힘 조절도 안 되는 걸까. 루엔을 잡아당긴 데스페라도는 휘청거리는 그녀를 그대로 방구석으로 집어던졌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벽에 부딪힌 루엔은 뒤통수를 문지르며 주저앉았다.

 

“으으….”

 

꽤나 큰 소리가 났으니 고통도 가볍지는 않겠지. 찡그린 그녀의 표정과 신음소리에 퍼뜩 정신이 든 데스페라도는 문득 제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해야 하나. 사과하지 않을 거라도 괜찮은지는 봐야겠지. 조심스럽게 다가간 그는 루엔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지만, 말을 꺼낼 틈 같은 건 없었다.

 

“…지금 쳤어?”

 

직접 때린 건 아니라도 이건 충분히 폭행이다. 그녀는 제게 다가온 연인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아무리 데스페라도라고 해도 자신을 쳤다면 가만있을 수 없다. 게다가 자신을 친 이유가 터무니없는 오해에서 온 거라면 더더욱 참을 수 없지. 원망을 담아 힘껏 그를 치는 루엔은 계속해서 ‘쳤어?’ ‘쳤냐고!’ 라는 말만 반복해서 외쳤다.

 

“무슨 일이야, 너희!”

 

외치는 소리가 너무 컸던 탓인가, 그녀가 다섯 번 정도 주먹을 휘둘렀을 때 블래스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데스페라도와, 그 위에 올라타서 소리를 지르며 상대를 때리는 루엔. 앞뒤 상황은 모르지만, 누굴 말려야 좋을 지는 묻지 않아도 되는 그림이었다.

 

“루엔, 진정해. 루엔?! 왜 그래?”

“놔! 아, 씨! 안 놔?!”

 

무작정 그녀를 떼어낸 블래스터는 한 손으로는 루엔의 허리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두 손목을 잡았다. 이렇게 하면 발길질 밖에 할 수 없지만, 거리까지 두게 되면 발로도 때릴 수 없지. 그녀를 안은 채 슬금슬금 물러나 밖으로 나간 블래스터는 문을 닫고 두 팔을 거두었다.

 

“왜 그래? 네가 데스페라도를 때리다니, 별일이네?”

“왜 말린 거야?! 내가 먼저 맞았는데!!”

“…네가?”

 

그럴 리가 없는데. 블래스터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데스페라도와 루엔은 확실히 처음 만난 1년 정도는 지독하게 싸웠지만 그 이후로는 절대 물리적 싸움은 하지 않았었다. 마치 평생 싸울 걸 1년간 몰아서 싸우고 온 평화 같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는데, 데스페라도가 먼저 손을 올렸다? 그렇게도 끔찍하게 좋아하는 여자에게?

 

“자세히 말해봐, 무슨 일이야?”

 

남의 연애에 끼어드는 취미는 없지만 그 대상이 이 둘이라면 다르지. 그리고 루엔이 맞았다면, 제너럴이 절대 모를 리도 없고. 딱히 데스페라도의 편도 아니고 제너럴의 편도 아닌 블래스터였지만 저 두 사람이 싸우게 되는 건 절대 사양하고 싶었다. 싸우게 되면 분명 누구 하나 죽을 때 까진 안 끝날 테니까. 그러니 그는 모든 걸 중재하기 위해 사정을 들어야 했다. 복잡한 삼각관계의 주변인물이라는 죄로.

 

“…하아, 그게 말이지….”

 

아까까지 열심히 때리던 손을 다른 손으로 문지르던 루엔은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황도에 오고 나서부터 느꼈던 인기척과 제가 느꼈던 불안, 그리고 방금 전 제 애인과 나눈 대화까지. 이야기를 듣던 블래스터는 점점 표정이 구겨지더니 결국 한숨과 함께 감상을 툭 뱉었다.

 

“데스페라도가 잘못 했네.”

“그렇지?!”

“뭐 여지를 준 너도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제너럴이랑 넌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제너럴이랑 제일 많이 붙어있는 내가 보증하는 거고.”

 

제너럴이 루엔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였다. 루엔은 절대 제너럴에게 제 연인에게 할 법한 일들은 하지 않았고, 제너럴도 제 행동을 조심하며 감정을 드러내려 하지 않으려 했으니까.

그러니 바람이라고는 할 수 없을 텐데, 그렇게 벽으로 던질 것까지야 없지 않을까. 적어도 블래스터는 그렇게 생각했다.

 

“일단 데스페라도는 내가 진정시켜볼게. 마이스터에게라도 가있어. 제너럴에겐 가지 마. 저 녀석 또 화낸다.”

“그 정도는 나도 알아. 그리고 제너럴한테는 이 일 말하지 마. 걱정할 테니까.”

 

그리 말한 루엔은 느릿느릿 마이스터의 작업실로 향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시야에서 그녀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린 블래스터는 어깨를 으쓱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입술이 찢어진 데스페라도는 피도 닦지 않고 벽에 기대 앉아있었다. 크게 다치진 않을 것 같아 안심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단 생각도 들었다. 저 성격에 맞고만 있을 리가 없는데. 상대가 루엔이니 반격하지 않은 게 확실하다. 실수로 벽으로 던진 후에 후회한 거겠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괜찮아? 의무실 갈래?”

“루엔은?”

“…그것부터 물을 거 같았어. 마이스터에게 갔어. 나중에 작업실에 가보던가.”

“진짜 거기로 갔냐? 끝까지 봤어? 제너럴 놈 보러 간 거 아니고?”

 

‘이거 생각보다 심각하네?’ 블래스터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꾹 삼켰다. 처음엔 그냥 좀 질투하나 했는데, 이건 그 수준이 아니다. 집착, 그러니까 의처증에 비슷한 걸지도. ‘하긴, 뒤를 밟을 정도면 이미 범죄긴 하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머리를 헝클인 그는 데스페라도를 위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주고 일어섰다.

 

“머리 식히고 사과 해. 일단 먼저 때린 사람 잘못이니까.”

 

물론 담배 한 대에 식혀질 머리는 아니겠지만. 블래스터의 내뱉지 못한 뒷말은 방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혼자 남은 데스페라도는 담배도 물지 않고 눈을 감았다. ‘저 녀석도 내가 괜한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럴 리가 없는데.’ ‘내 눈은 못 속여.’ 중얼중얼 소리 죽여 혼잣말을 하던 그가 입에 고인 피를 뱉고 일어섰다.

 

얼른 찾지 않으면 미행을 할 수 없다.

 

초조한 얼굴로 밖으로 나간 그는 블래스터의 말은 믿지도 않고 우선 제너럴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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