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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끈질긴 건 여전하시네-"

  쿠로오는 이리저리 뻗친 검은 머리카락을 한 번 쓸며 말했다. 입은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으나 어지간히 짜증이 난 듯, 눈은 한없이 살벌했다. 그는 성의 없이 걸치고 있던 검은 정장을 대충 정리하며 고개를 삐딱하게 틀어 제 앞을 바라보았다.

"히어로가 빌런 잡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료는 무표정한 얼굴로 쿠로오를 마주보며 답했다. 갈색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한참 차가운 표정으로 쿠로오를 노려보던 료는 입가를 비틀어 조소를 띄웠다.

"왜, 내가 많이 거슬리시나봐?"
"당연한 거 아냐? 매번 방해하는데?"

   쿠로오의 말이 끝나자마자 료의 뒤쪽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

"어이쿠, 터졌네-"

  료가 고개를 돌려 폭발음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도시 한 가운데에 위치한 커다란 공원이었다. 꽤나 떨어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비명 소리가 료의 귀를 찔러왔다. 료는 그것을 보고 다시 쿠로오에게 싸늘한 시선을 주며 이를 갈았다.

  "이 미친놈이..!"
  "안 가봐도 돼? 이 근처 전부 네 담당 구역이잖아?"

  넌 나중에 보자, 하고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료가 황급히 옥상 난간을 뛰어넘어 건물 아래로 떨어졌다. 쿠로오는 료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웃음을 거두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더럽게 짜증나는 새끼라니까.."

* * *

  린은 최근들어 묘하게 따라붙는 듯한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이유도 모른 채 지속되는 그 시선에 알게 모르게 불안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쁜 오빠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오빠는 린 자신만을 위한 히어로가 아니었으니까.

"됐어! 뭘 또 오겠다고 그래? 지금 일하는 중이잖아!"

  늘 이래왔다. 료는 언제나 린을 걱정했고 린은 항상 불안에 가득찬 그를 진정시키는 역할이었다. 료에게 있어 린은 단 하나뿐인 혈육이었고 유일무이한 희망이었다.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린은 료가 히어로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우선시해야할 것은 그 자신도, 그의 가족도 아닌 그가 지키는 구역 안의 사람들이었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소수가 제 가족이 되더라도 포기해야만 하는, 그런 비참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린은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료의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에게 쓰고 싶지 않아 했다.

"안녕. 초면에 미안하지만 실례 좀 할게, 아가씨."

  린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어느샌가 커다란 손 하나가 핸드폰을 들고 있던 린의 가느다란 손을 감싸고 있었다. 다른 한 손은 느릿하게, 린이 놀라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그녀의 눈을 덮었다. 린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그런 그녀를 받아낸 손의 주인은 린의 핸드폰을 제 귓가에 가져다대었다.

"듣자하니, 네가 동생을 그렇게 아낀다며?"


"이 자식이..! 린한테 무슨 짓이야?!!"


"아하, 이름이 린이구나-"

  웃음기 섞인 능글맞은 목소리에 료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료는 무작정 린을 찾아나서려 했으나 린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리가 없었다. 쿠로오는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이 가는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저 거슬리는 히어로의 약점을 잡았다.

"지금 어디야."
"그걸 알려주면 재미 없지-"

  잔뜩 흥분한 채 욕설을 내뱉는 료에게, 쿠로오는 즐겁다는 듯이 웃어주었다.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게 좋아. 네 동생, 지금 내가 데리고 있잖아. 흠.. 죽이면 오히려 더 날뛸 게 분명하니까... 죽이지는 않을게. 대신 네가 날 방해한다면, 난 네 동생을 해치는 데에 망설이지 않을거야. 딱 죽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료는 이 순간 가장 증오스러운 그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떨었다.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단 하나남은 혈육이었다. 동생마저 잃으면 자신은 더이상 살아갈 수가 없었다. 자신은 죽더라도 동생만큼은 살아남길 바랐다. 아니,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죽더라도, 제 동생만큼은 살아야만 했다. 한없이 이기적인 생각이었으나, 어쩔 수 없다고 죄책감을 억눌러왔다. 자신은 히어로이기 이전에, 린의 단 하나뿐인 오빠였다.

"..알았어.. 약속할게. 널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내 동생만큼은 건들지 말아줘."

  핸드폰을 들고 있는 료의 손이 떨렸다.

"빌런씩이나 되어서, 히어로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리가- 나는 이 아이를 데려갈 거야. 뭐, 그 후는 너에게 달렸어. 내가 이 아이를 공주님처럼 모실 수도 있고..."

  쿠로오가 작게 웃었다. 어쨌든, 앞으로 신중하게 움직이길 바랄게- 하는 말을 끝으로 쿠로오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료는 세상이 무너진 것 마냥 벽에 기대어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자신은 더이상 '히어로'가 아니었다. 동생이 그토록 바라지 않던, 오직 동생만을 위한 히어로가 되었다.

* * *

  감겨진 눈 위로 무자비하게 쏟아내리는 빛줄기가 거슬렸다. 린은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제 방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그렇다고 오빠의 방도 아니었다. 눈에 띄는 색이라고는 검정과 흰색 뿐인, 왠지 모르게 차가운 분위기가 가득한 방에서는 은은한 향수 냄새가 났다. 그러나 린에게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곳은 단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낯선 장소였다. 게다가 마지막 기억은 누군가의 커다란 손이 제 눈을 덮는 것이었다. 린은 떨리는 몸을 진정하려 애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가 누워있던 곳은 누군가의 침대였고 낯선 곳이기는 해도 그냥 보기에는 평범한 방이었다. 대체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이며 자신을 데려온 사람의 목적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였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린은 일단 방 밖으로 나가보자는 생각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걸음을 옮겨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는데, 철컥, 하고 뭔가 금속이 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출처를 찾으려 시선을 돌리자, 린의 눈에 침대 옆에서부터 길게 늘어진 사슬이 들어왔다. 사슬을 따라 옮긴 눈길의 끝에는, 제 오른쪽 손목에 채워져 있는 수갑이 있었다. 린은 한참을 흔들리는 눈동자로 가만히 수갑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었다. 그녀는 머리가 좋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부정하고 싶었다.
  그 때, 문 밖에서부터 누군가의 느릿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낮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것이, 굽이 낮은 구두를 신은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소리는 린이 있는 문 앞에서 멈추었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

"...아아,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네? 몸은 좀 어때?"

  쿠로오가 생긋 웃으며 물어왔다. 린은 본능적으로, 제 앞에 서있는 남자에게서 '위험'을 감지했다.

"..여..여기는, 어디죠..?"


"내 집."


"저를 데려온 이유는..."


"아가씨가 내 인질이 되어줘야겠거든."

  쿠로오는 생각보다 순순히 린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여전히 살짝 웃는 채였다. 그러나, 린이 세 번째 질문을 하려 입을 연 순간, 쿠로오는 싸늘하게 표정을 바꾸며 입을 열었다.

"그만. 더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아. 쓸데없는 데에 너와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 지금은 단지, 내 인질이 무사히 깨어났는지 보려고 온 것 뿐이야."

  쿠로오가 린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린은 두려움에, 뒤로 물러났지만 침대에 걸리고 말았다. 쿠로오는 한 손을 들어 총 모양으로 만들고는 린의 턱 밑에 가져다대며 그 턱을 들어올려 자신과 눈을 맞추었다.

"내가 네가 필요한 건 맞지만, 겁없이 행동하지 않는 게 좋아. 죽일 수는 없어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줄 수는 있거든. 함부로 행동하면, 네 오빠에게 좋을 거 하나 없다는 것도 알아두고."

  쿠로오가 슬쩍 웃으며 린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린은 겁에 질려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쿠로오는 그런 그녀를 힐긋 보더니 대충 한 마디 내뱉고는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짜증날 정도로 오빠랑 닮은 얼굴이네."

  쿠로오는 식사 때 말고는 린이 있는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닮은 얼굴이 어지간히도 보기 싫은 모양이었다. 쿠로오가 들어올 때마다 린은 침대 구석에 앉아 몸을 떨고 있었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쿠로오에게는 그것이 상당히 거슬리는 일이었다. 날이 갈수록 말라가는 린을 볼 때마다 묘한 짜증이 솓구쳤다.

"뭐해, 아가씨. 밥 안 먹어?"

  린이 인질로 잡힌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 식사를 내어준 쿠로오는 웬일로 방을 나가지 않고 한쪽 벽에 기대어 섰다. 린은 대답없이 쿠로오의 시선을 피했다. 쿠로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린을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겨 침대로 다가갔다. 쿠로오가 다가갈수록 린은 벽 쪽으로 물러나며 몸을 움츠렸지만 쿠로오는 눈 하나 깜짝 않고 린의 손목을 잡아챘다.

"안 먹으니까 자꾸 마르잖아."

  린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나 나가면 먹을 거야?"

  고개를 숙인 채로 끄덕이는 린의 모습에 쿠로오가 흐음- 하며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낀 린이 슬쩍 뒤로 몸을 빼며 피했다.

"거짓말 마. 지금까지 계속 남겼잖아."

  린은 이번에도 대답없이 조용히 침대만 바라보았고, 긴 침묵이 이어졌다. 쿠로오는 한숨을 내쉬며 린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아가씨, 내가 무서워?"

  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가 그 자식이랑 성격이 정말 다르다는 건 알겠어. 내가 어떻게 하면 날 무서워하지 않을 거야?"

  린은 입을 다물고 슬쩍 시선을 올려 쿠로오를 바라보았다.

"대답 안 해줄 거야?"

  쿠로오가 고개를 내려 린과 시선을 맞추었다. 린은 그것에 흠칫 놀라며 몸을 떨었지만 이번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모르겠어.."


"뭐, 그럼... 나가 있을게. 편하게 있어. 말은 그렇게 했어도 넌 별로 해칠 생각이 안 들거든. 무리겠지만 조금은 안심해도 좋아."

  쿠로오가 손을 들어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린은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고 쿠로오를 올려다보았다. 쿠로오는 린에게 밥 다 먹으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그리고 린은 그 날 처음으로 밥을 다 먹었다.

* * *

  린은 그 이후로 다정한 쿠로오에게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린에게는 단순한 도피였을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동안 제가 기대왔던 오빠가 없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쿠로오였으니까. '저 사람은 다정하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정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위험한 사람은 맞지만 적어도 자신에게는 다정하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쿠로오가 린의 방에 들어오는 횟수도 크게 늘었고 쿠로오가 다쳐서 오기라도 하면 걱정을 하기도 했다.

"요즘 상처가 느는 것 같은데... 괜찮아요?"

  린의 말대로, 쿠로오는 날이 갈수록 상처를 입고 오는 일이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린은 묘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별 일 아냐, 그냥 이쪽 구역 히어로 수가 늘었더라고."

  쿠로오는 아무 일도 아닌 듯 상처를 대충 치료하며 대답했다. 린은 쿠로오가 들고 있던 붕대를 대신 감아주며 아프겠다고 중얼거렸다.

"..이젠 내가 안 무섭나봐?"

  린의 손이 멈추었다.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쿠로오를 마주보던 린은 다시금 손을 움직여 붕대를 감는 것을 끝냈다. 그러더니 천천히 손을 뻗어 쿠로오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몇 번 손가락을 움직여 쿠로오의 뺨을 쓸던 린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데, 무서울리가..."

  그렇게 말하는 린의 얼굴 위로, 왠지 모르게 힘이 없는 미소가 떠올랐고, 눈동자는 생기를 잃고 탁한 빛을 띄었다. 쿠로오는 슬쩍 웃으며 그런 린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날 떠날 거야?"

  쿠로오가 엄지 손가락을 내려 린의 입술을 매만졌다.

"떠나지 않아요."

  쿠로오는 조금씩 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약속해줘.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두고 가지 않겠다고."

  린이 쿠로오의 입술에 조심스레 입을 맞추었다.

"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두고 가지 않아요."

  쿠로오의 입꼬리가 묘한 포물선을 그렸다.

* * *

  멍하니 침대 위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던 린은, 갑자기 방 밖이 소란스러워짐을 깨달았다. 뭔가가 부숴지는 소리, 누군가 맞는 둔탁한 소리, 유리인지 도자기인지는 몰라도 뭔가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 린의 시선이 천천히 문 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문이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부숴질 것처럼 열렸다. 익숙하지만 낯선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상처와 피로 온몸이 성한 곳이 없었지만, 남자는 자신의 몸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듯 고개를 들고 뭔가를 애타게 찾았다. 남자의 눈이 린과 마주쳤다. 다행이라는 듯, 남자가 린에게 다가와 그녀를 세게 끌어 안았다.

"린, 괜찮아? 다친 데는 없고?"
"...오빠..?"

  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린의 한쪽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발견했고 이를 갈았다.

"그 자식,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료가 수갑을 잡자, 수갑은 마치 과자처럼 그의 손 안에서 바스라졌다. 료는 제 머리를 붙잡고 한숨을 내쉬더니 린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 아무 일도 없어. 괜찮아. 집에 가자."

  린은 대답이 없었다. 조용한 방 안을 이상하게 여긴 료가 고개를 돌려 린을 바라보았다. 린은, 료의 손에서 바스라진 수갑의 흔적을 가만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린?"

  린의 눈동자가 느린 속도로 두어번 깜빡였지만,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료는 린에게 다가가 린의 어깨를 붙잡고 돌려 자신을 향하게 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망가져버린 수갑에 그쳐있었다.

"왜 그래?"

  그제서야 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료를 바라보았다. 료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약속했는데..."


"뭐라고?"


"그 사람이랑, 약속했어.."

  료의 등 뒤에서, 작게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쿵 하며 누군가가 엉망이 된 제 몸을 벽에 기대더니 느릿하게 주저앉았다.

"네가, 졌어."

  쿠로오가 료를 똑바로 노려보며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료는 제 손이 내쳐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린이 몸을 일으켜 쿠로오에게 다가가는 게 보였다. 료가 위험하다며 그녀를 멈추려 했으나, 이미 린의 손은 쿠로오에게 향해 있었다.

"괜찮아요?!! 왜 이렇게 다쳤어?!"

  료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 눈 앞에는, 다친 오빠보다, 다친 적을 걱정하는 동생이 있었다.
  단 하나뿐인 자신의 희망이.

"린..? 오빠 여기 있어. 집에 가야지, 응?"

  료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린을 불렀다. 제 옷깃으로 쿠로오의 피를 닦아내주던 린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소리야.. 나 이 사람이랑 약속했어..."

  초점을 잃은 눈동자를 마주보자, 료는 소름이 돋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쿠로오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사람을 두고 가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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