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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마피아! 마츠노 오소마츠 X 그의 애인! 이마하라 나오코

*1970년대 그쯤을 배경으로 합니다

*설정 구멍 많음

*오소마츠가 나쁜 아빠입니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저 [비밀의 정원] 그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2세의 등장이 있습니다

 

  눈을 뜨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아득하게 펼쳐진 꽃밭이다. 다색(茶色)을 띤 마른 들판이 야생화들을 만개시키고는 달콤한 호흡을 내뱉는다. 아찔하도록 향긋한 향이 기억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오소마츠는 짧게 숨을 뱉었다.

 

  황혼의 빛을 잔뜩 머금고 기묘한 색으로 찬란히 빛나는 머리칼이 볼을 간질인다. 익숙하고도 그리운 체향이 그의 후각을 가득히 채우지만 동시에 그 감각은 느껴지기에 멀기만 하다. 끔찍한 기시감에 몸부림치며, 오소마츠는 언덕 위의 빈 집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입을 열고 묻는다.

 

  나오코, 어디에 있어?

 

  어느새 다가온 작고 하얀 팔이 그의 체구를 감싸 안는다. 그는 자신의 팔을 올려 그 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꽉 잡았다. 요연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나긋하고, 달디 단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메운다. 네 어두운 양심 속.

 

 

  오소마츠는 눈을 뜬다.

  간밤에는 또 너의 꿈을 꾸었다.

 

비밀의 화원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 집

 

 

 

 

  거친 호흡을 산발적으로 뱉으며, 오소마츠는 감각을 되찾았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보이는 천장이 일순간 일렁였다. 구토감이 적잖이 밀려왔으나, 그는 침을 꾹 삼켰다. 몸을 일으켜, 버석한 눈가를 마른 손가락으로 거칠게 비비고 고개를 든 그는 제 맞은편에 있는 거울에 반사된 제 자신을 우연하게 마주했다. 엉망인 머리에, 굳은 입매에, 자주 비벼 붉게 물든 눈가에, 자신의 꼴은 말도 아니었다. 한숨을 내쉬고, 그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와 맨발을 슬리퍼 속으로 끼워 넣었다.

 

  화장실로 들어가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생생한 꿈의 편린들을 애써 지우기 위해 찬 물이 정신을 얼얼하게 타격했다. 그는 어김없이 뒤통수 부분이 뻗친 제 머리를 바라보며 짧은 숨을 내쉬었다. 너는 이걸 너무나도 간단하게 정리하곤 했는데, 나는 너 없이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물 칠을 몇 번 해보지만, 노고를 무시하듯 제각기 일어서는 머리칼들에 항복하며 오소마츠는 결국 샤워를 하는 쪽을 택했다.

 

  호텔의 노란 빛이 예쁘게 반짝였다. 그가 집에 들어가지 않은 지도 3주일 째였다. 홀가분함과 죄책감이 심장을 무겁게 짓누른다. 쓴 커피를 홀짝이며 그는 회상에 빠진다.

 

 

 

  떨리는 목소리, 구조 요청, 그리고 그림자. 미끄러지듯 뒤에서 고요하게 다가와 뒤통수에 총구를 겨눈다. 카나리아는 성대가 뽑힌 채로 앞으로 쓰러진다. 뇌를 순식간에 잠식해버리는 총알이 그대로 머리를 관통하여 몸뚱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보다 빠르게 바닥에 박힌다. 뿜어지는 피가 초현실적이다. 눈을 떴던가? 그녀는 마지막 순간을 봤던가? 아무도 오지 않던 그 컨테이너 박스들 사이에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마피아의 애인이라는 직업이 썩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찰나의 권력을 맛볼 새도 없이 상대편의 복수 용도로 소비되는 인생이었다. 드라마를 찾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완벽하겠지만, 나오코는 그런 삶을 원한 적이 없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을 뿐이었고, 그녀는 오소마츠에게 항상 그리 말하고는 했다.

 

  오소마츠는 그녀를 데려와서는 안 되었다. 카나리아는 밖으로 나가서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 꽃을 꺾으면 제 손 안에서 곧 시든다. 그 날, 그는 그녀를 제 품에 안아서는 안 되었는데. 그녀의 행복을 원했더라면 그래서는 안 되었는데.

 

  그러나 오소마츠는 이기적이었고, 제가 사랑하는 것들을 놔주지 못했다. 시들더라도 제 손 안에서 시들어야 한다. 소유만이 이 사랑의 종착점이다. 그래서 그는 카나리아를 새장에 가두었다. 총구를 겨눈 것은 출세욕이 굉장한 상대편 말단의 어떤 녀석이었지만, 결국 그녀를 총구 앞에 데려다 둔 것은 자신이었다. 카나리아는 죽기 오래 전에 이미 성대가 뽑혀져 있었다. 나비의 날개는 이미 뜯어져 있고난 후였다.

 

 

  나는 후회하지 않아.

 

  보이지 않는 철창 속에, 각종 구속구와 족쇄가 채워지고, 온갖 무기의 총구가 그녀에게 겨눠진 상황 그 속에서,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것의 의도가 자신을 위로해주기 위함이었는지, 정말로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자기 최면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묻고 싶었다 ― 아직도?

  대답할 수 있는 망자는 없다.

 

 

 

 

  그가 돈(Don)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얼마지 않아 오랜 친구였던 토토코가 죽었다. 마찬가지로 나오코를 죽인 것과 비슷한 총격전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그녀의 딸아이는 제 몫으로 돌아왔다. 이름은 히마와리. 퍽이나. 오소마츠는 비웃었다. 해바라기라니. 이곳에 해바라기가 바라볼 태양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하얗게 타들어가는 환멸을 느낀다.

 

  그가 마지막으로 집에 왔을 때 열 살인가, 아홉 살인가 하는 그 소녀는 정원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가 그 모습을 직접 보았다기보다는, 집에 들어와 가정부에게 그녀의 행방을 물었을 때 그녀가 정원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던 것이었다. 가정부는 그녀가 얼마나 예의바른 아이이고 깔끔하며 사려 깊은 아이인지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오소마츠는 거기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히마와리라는 그 아이가 흙냄새와 꽃향기를 풍기며 제 앞에서 인사를 하던 그 모습은 그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나오코는 정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늙은 정원사와 함께 그녀의 두 손으로 일군 정원에는 봄 벚꽃과 여름 장미, 가을 코스모스, 겨울 수선화가 심어져 있었고 때문에 사시사철 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원을 두르고 있는 울타리는 언제나 열려있었다. 그녀는 담쟁이가 휘감은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었고, 오소마츠는 그저 그녀의 무릎에 누운 상태로 몇 시간이고 보낼 수 있었다. 그 날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행복을 누리고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과분하게 행복했던 나날이었다.

 

  견디지 못할 정도로 많은 기억과 추억들이 잔존하며 흘러내리는 그 공간을 오소마츠는 참을 수 없었고, 그는 결국 숨어버렸다. 무서웠다. 그녀의 죽음을 인정하고 그 곳에 서서 다시 그녀의 환영을 마주하기에 그는 너무도 겁쟁이였다. 아직 타협할 용기가 없었다.

 

  소년은 죽었다. 소녀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비밀의 화원은 황폐해졌다.

  그래서 오소마츠는 그 정원의 문을 잠그고, 열쇠를 바닥에 묻어버렸다.

 

 

  그 날 잠시만 머무르다 다시 나가려고 했던 그는 그녀의 모습이 아른거려 하룻밤을 묵었고, 자연스럽게 제 아들과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 화원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두려운 일이었다.

 

  총격이 일어난 날에 나오코는 만삭의 임산부였고, 싸늘하게 식은 시체가 남기고 간 것은 간절히 품고 있던 아기였다. 제 어미에게서 흡수한 열기를 내뿜으며 품 안에서 꿈지럭 대던 아이는 몸은 약했고, 정신은 불안정했다. 그가 자랄수록, 그의 얼굴은 제 어미를 더욱 더 닮아갔고, 성질은 갈수록 저를 닮아갔다. 그것이 싫었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지니고서는 극도로 이기적이었고,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작을 일으키는, 자신이 그대로 담긴 그 모습에 그는 진절머리가 날 것 같았다.

 

  마츠노 오소마츠가 제 친족을 바라보는 시선은 혐오였다. 출생과 함께 이유도 모르고 제 아비한테 미움 받고 자란 마츠노 류세이는 갈수록 외로워졌고, 자신만을 알게 되어갔다. 오소마츠는 아마도 어떤 시점에 그의 아들과 닿기 위해서 노력한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었다. 둘 다 포기한 그 시점에서 이미 완벽한 악순환이었다.

 

 

  그가 하룻밤을 묵어갔던 그 날에도 나약한 그 소년은 제 방에 틀어박혀 떨고 있었고,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채로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매정하게도, 오소마츠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그의 방에 들어가 보지도 않았다. 작은 가시들의 그의 심장을 찔렀다.

 

  다음날 새벽에 그는 집을 떠났다.

 

 

 

  그녀가 죽은 지 8년이었다. 그는 커피컵을 비웠다.

  그리고 현실과의 타협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눈을 뜨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아득하게 펼쳐진 꽃밭이다. 다색(茶色)을 띤 마른 들판이 야생화들을 만개시키고는 달콤한 호흡을 내뱉는다. 아찔하도록 향긋한 향이 기억 그대로 보존되고 있어 오소마츠는 짧게 숨을 뱉었다.

 

  황혼의 빛을 잔뜩 머금고 기묘한 색으로 찬란히 빛나는 머리칼이 볼을 간질인다. 익숙하고도 그리운 체향이 그의 후각을 가득히 채우지만 동시에 그 감각은 느껴지기에 멀기만 하다. 끔찍한 기시감에 몸부림치며, 오소마츠는 언덕 위의 빈 집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입을 열고 묻는다.

 

  나오코, 어디에 있어?

 

어느새 다가온 작고 하얀 팔이 그의 체구를 감싸 안는다. 그는 자신의 팔을 올려 그 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꽉 잡았다. 요연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나긋하고, 달디 단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메운다. 어디에 있긴, 정원에 있지.

 

 

  오소마츠는 눈을 번쩍 뜬다.

 

 

 

  그는 숨을 확 들이켜고, 전화기를 들어 재빨리 제 운전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장 제 집으로 가야만 했다.

  꿈에서 등장하는 그녀는 언제나 그가 느끼는 양심의 가책의 집합체였다. 흉측하게 녹아내리고 있든, 이마에 커다란 총알자국을 달고 있든, 영원히 생기 있는 그녀의 본 모습이든 그것은 언제나 그녀의 형태를 띠고 있었고, 배경은 마지막으로 손길이 닿아있던 아름다운 정원 속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달랐다. 뭔가 확연히 달랐다. 그 나오코는 자신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나오코가 아니었다 ― 그것은 진짜 나오코였고, 자신에게 무언가 말을 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었으리라! 오소마츠는 뒷 자석에 앉아 손톱을 깨물며 불안하게 뒤척였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이었을까?

 

  차에서 내린 그는 서둘러 그 곳으로 뛰어갔다.

 

 

  어째서인지 화원은 문이 열려있었다. 몇 년 동안이나 내버려두었던 감정의 방치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고, 황폐해야 할 그 곳이 자신이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인 채로, 아름다운 정원인 것을 보았다. 숨이 멎는 것이 느껴지고, 그는 울새가 우는 가지에서 천천히 눈을 돌려 정면을 응시한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제 아들을 보았다.

 

  항상 침대에 누워있거나 나온다고 해도 휠체어에 타서 움직이는 것이 고작이었던 그의 아들이, 비록 정원사와 히마와리라는 소녀에게 의지한 상태라 해도, 제 두 발로 걸어 움직이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맨 발로 잔디를 밟아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씩을 떼고 있는 류세이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네가 말하고 싶은 것이었어, 나오코?

 

  그리고 8년 동안, 빌어먹을 8년 동안이나 묵히고 부유하고 멈추어 곪아왔던 마음이 드디어 새로운 공기와 닿았다. 숨을 들이쉬듯 그것이 살아난다. 오랜만에 스치는 바람은 비록 날카롭게 따끔할지라도, 이것은 곧 무뎌질 것이다. 딱지가 앉고, 머지않아 새살이 돋아날 것이다.

 

  그래, 숨고 있었던 것은 자신뿐이었다. 제 아들은 저와 달리 상처를 극복하려고 이렇게 나왔는데, 정작 그를 혐오하던 자신은 자신이 만든 껍질 안에서 웅크려 있었을 뿐이었다. 오소마츠는 탄식을 뱉으며 그 자리에 꿇어앉았다. 자신을 본 류세이가 저에게 걸어왔다. 꿈꾸듯 비현실적인 상황에, 그는 눈을 깜빡였다.

 

  오소마츠는 두 팔을 벌렸다. 류세이는 넘어지듯 그의 품으로 뛰어 들어와 안겼다. 그의 웃음소리가 나오코를 너무도 닮아있었다. 그는 팔을 아들의 뒷통수에 두르고, 천천히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에 짧은 매듭을 만들며 감겨왔다. 비로소, 그는 그를 나오코의 환영이 아닌, 제 아들인 마츠노 류세이, 개인으로 보게 되었다.

 

 

  “아빠, 나는 영원히, 영영, 영원히 살 거예요!” 류세이는 즐겁게 외친다.

  오소마츠는 그의 귓가에서 나지막이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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