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최근 런던에서는 실종사건이 급증했다. 한달 사이에 실종자 수가 저번 달의 1.5배로 뛰어 버린 것이다. 그 연달은 실종사건의 중심에는 산이라기엔 조금 낮으나 상당히 험한, 산이 있었다. 이 달 그 산을 오른 등산객의 20%가 실종 되어 돌아오지 못 하고 있다. 이는 적은 것 같아도 실제로 꽤 큰 수이다. 그 덕에 산 근처 마을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다가 어느새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따라가면 거기에 작은 탑이 있고, 머리가 긴 여자가 살며 그 탑과 여자를 본 자는 절대로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소문이었다. 이 황당한 소문은 의외로 단기간에 마을 전체에 퍼졌으며 다른 지역으로도 드문드문 퍼져 나갔다. 마을 주민의 끈질긴 신고로 산을 수색하던 경찰 열 몇명이 하루만에 실종 된 것을 기점으로 소문은 마을 밖에서도 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마 그 유명한 셜록 홈즈의 귀에 그 소문이 들어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 셜록, 정말 갈 생각이야?

  - 자네는 안 와도 상관 없다네.

 

  셜록은 그날 존의 걱정까지 무시해 가면서 산을 올랐다. 험하기로 유명한 그 산을, 등산복도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옷이 왠 식물에 걸려 조금 찢어지기까지 하면서도 계속 걸었다. 물론 등산복을 입고 오지 않을 걸 상당히 후회하기는 했다. 무튼 셜록이 겨우 산 중턱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앞으로 험난하게 나있는 길 옆으로 왠 샛길이 보이는 것이다. 샛길에서는 희미한 말소리 같은 것도 들려 왔다. 그는 망설이지도 않고 샛길에 진입하여 걷기 시작했다. 때문에 말소리는 점점 더 크고 또렷해 졌고, 그는 그 소리가 말이 아니라 노랫소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독특하다면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노래였다. 똑같은 문장 똑같은 음정 똑같은 박자가 계속 반복 되었다.

 

  - 세상의 끝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셜록은 이 노래를 부르는 게 미친 사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때마침 햇빛이 쏟아지는 곳이 시선에 닿았다. 셜록은 저쪽인가, 하고 조용히 읊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머지 않아 제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이 뜨거웠다.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든 셜록의 바로 앞에는 주위의 풍경은 아랑곳 않고 꿋꿋이 그곳에 서 있는 탑이 있었다. 벽이 딱 제 집에 굴러다니는 먼지 색 같다며 생각한 그는 다시 한 번 얼굴을 찌푸렸다. 타이밍 좋게 노랫소리가 뚝 멈추며 노래를 부르던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 안녕하세요?

 

  눈을 반달처럼 접어 예쁘게 웃는 여자를 보며, 셜록은 원인 모를 불쾌함을 느꼈다. 약하게 가슴 언저리를 두어 번 친 그는 가볍게 대꾸했다.

 

  - 도대체 누구길래 몇 달째 이 탑에서 나오지도 않고 있습니까? 감금은 아닌 것 같고.

 

  그런 거 당신 얼굴이랑 옷 상태만 봐도 압니다. 아무리 씻고 갈아 입어도 다 티나 나는 법이니까. 다소 놀란 표정인 그녀에게 셜록이 또다시 대꾸했다. 아직도 무언가 묵직한 것이 제 가슴을 짓누르는 기분이라, 가슴 언저리를 꾹 누르며. 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대뜸 웃더니 제 이름을 내뱉었다.

 

  - 애리얼.

  - 무슨...

  - 제 이름이에요. 평생 그 이름으로 불려 본 적은 없지만. 사람들은 나를 라푼젤이라 부르죠.

  - 애리얼, 그리고 라푼젤이라... 상추?

 

  애리얼이 창틀에 몸을 걸치고 푸스스 웃었다. 벌써 세 번째, 셜록의 가슴에 묵직한 것이 떨어졌다. 정말, 생각할 수록 웃기는 이름이라니까. 좀 성의있게 지을 것이지. 참 쓸데없는 사람이야. 중얼중얼 거리며 웃던 그녀는 어느 순간 뚝 웃음을 끊으며 셜록을 내려다 보았다. 아까 답하지 못 한 것을 마저 답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주먹으로 가슴을 세게 문지르고 있었다.

 

  - ...일단은 감금, 이 맞긴 한데, 나를 가둔 사람이 이제 없어서 반자발적 감금이에요. 내 인생이 모두 담긴 곳이고, 저는 갈 곳도 없으니까. 뭐 여기가 워낙 높기도 하죠.

  - 역시. ... 저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얼마 안 가 해가 저물거고, 하늘이 어두운 걸 보면 비가 올지도 모르겠군. 혹시 사라진 사람들의 행방을 압니까?

 

  애리얼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셜록도 담담히 받아 들였다. 그들은 처음부터 다른 사람이 보기에 지나치게 담담한 부류였다. 그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것을 물었다. 그에 대한 대답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그는 셜록 홈즈니까.

 

  - 어디 있습니까, 그 사람들은?

  - 알고 싶어요?

 

  그녀는 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제 금색 머리카락을 창문 밖으로 풀어 내렸다. 탑의 길이는 적어도 셜록의 키 네 배는 될 것 같았으나 머리칼은 땅에 닿고도 한참 남았다. 어서, 타고 올라오세요. 그녀의 제촉에 얼떨결에 머리카락을 붙잡은 셜록은 거기서 희미한 피냄새를 맡았다. 그럼에도 머리카락을 놓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꽉 붙잡았다. 그는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으며, 방금 무언가를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올라 갈 수록 피냄새는 짙어졌고, 애리얼이 무언가를 집어 드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 졌고, 천재적인 그들은 이후 일어날 일을 쉬이 알 수 있었다. 마침내 그가 창문까지 올라가고, 막 창틀에 발을 딛었을 때, 그는 눈을 감았다. 셜록은 평생 기도한 적이 없었으나 가장 신실한 신자가 기도하듯 읊조렸다.

 

  - ...애리얼.

  - 오필리아 라빈.

  - ...오필리아 라빈.

 

  그녀가 마저 중얼거리자 그가 따라 읊조렸다. 두 사람은 일생 동안 무교에 무신론자였으나 그 순간 만큼은 그저 기도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 우리가 만난,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나는 당신을 사랑했을 지도 모르죠.

 

  경찰이었을 자들의 피가 말라 붙어 있는 칼의 끝이 남자의 심장을 향했다.

 

  - 어쩌면 당신도 나를.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