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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유명한 동화였다. 늙지 않는 원더랜드에서 사는 피터팬과 한 소녀가 등장하는 그런 동화. 오소마츠는 그 동화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치요 집에 놀러왔다가 우연히 찾아버린 먼지 쌓인 동화책. ...늙지 않는다, 라. 그럼 걱정할 거 없을 텐데. 오소마츠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소마츠가 이리 심각한 데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전부 애인인 치요에 관한 걱정. 그 둘이 사이가 안 좋다거나 자주 싸운다던가의 고민이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서 걱정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사이가 좋은 둘이었다. 사이보다는... 나이. 그래, 나이 때문이었다. 한두 살 차이도 아니라 무려 10살 차이나 나는 애인. 그 덕에 쵸로마츠나 다른 형제들이 꽤나 난리였었다. 제정신이냐고, 아무리 멘탈이 초등학생 멘탈이여도 이건 아니라고. ...물론, 제정신으로는 안 보이겠지. 오소마츠도 대충 예상 하던 일이었다. 멱살도 이미 각오한 일이었고. 하지만 막상 그 상황에 부딪쳐 버렸을 때에 그 기분이란. 차라리 내가 늙지 않는 다면,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도 없는 문제 일 텐데. 오소마츠가 그리 생각하고는 이내 피식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그래도, 정말 이 동화책처럼 자신은 피터팬이라 늙지 않고 팅커벨이라는 요정이 곁에 있어주고. 그래서 치요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해질 즈음에 데려오면... ...아, 이건 납치인가. 오소마츠가 점점 깊어지는 고민에 길게 숨을 내쉬었다. 어렸을 때 다른 형제 들 같이 뭔 일이 있거나 하지도 않아서 꽤 무난하게 커왔고, 비록 초등학생 멘탈이란 소리는 자주 들었지만 그 외엔 별 것 없었다. 초등학생 멘탈도 말이 초등학생 멘탈이지, 딱히 치명적인 단점도 없었으니까. 오소마츠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책을 들어 살폈다. 표지에 웃고 있는 피터팬과 소녀. 그리고 따라 날고 있는 팅커벨. 책 내용은 정말 희망이 가득한 동화 한편이었다. 후크 선장을 물리치고 마지막에 웃는 소년과 소녀. 정말 둘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보였다. 오소마츠가 그리 책을 다 읽어갈 때 즈음,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치요가 들어왔다. 잠시 오소마츠가 든 책을 빤히 바라보다,

 

"피터팬? 오소마츠 씨, 그 책 마음에 들면 줄까? 그 책 엄청 많은데!"

 

하고 입을 열었다. ...엑, 오소마츠가 당황한 듯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 여전히 펼쳐져 있는 책 속에 보이는 피터팬과 소녀의 웃음. 오소마츠가 그 웃음을 바라보다가 다시 치요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뭐어, 조금은? 줘도 되는 거야, 치요 쨩~?"

"응, 물론이죠! 한권이면 되는 거예요?"

 

응응, 한권만 주라~?, 오소마츠가 웃으며 말했다. 책 속 사이로 보이는 여전한 피터팬과 소녀의 웃음. 역시 정말 그 웃음은 더할 나위 행복해보였다. 잡고 있는 손도 마치 서로가 소중하다는 마냥 꼭 잡고 있는 것이 마치, 정말 행복해보였다. 나랑 치요 쨩도 이리 될 수 있으려나~, 오소마츠가 그리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분주하게 움직이던 치요가 과자 한 봉지와 책을 내밀었다. 그리고선 미안하다는 듯이 웃곤,

 

“미안해, 오소마츠 씨! 나, 그 책만 주고 어디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라며 급하게 오소마츠의 등을 떠밀었다. 엑. 자, 잠깐. 치요 쨩?!, 오소마츠가 갑작스레 떠밀린 등에 당황하다 걸어가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치요 쨩, 학원 다닌다고 했던가? 아무리 그래도 이리 밀어내는 거 너무하지 않음~?

 

“...뭐,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오소마츠가 칫, 하곤 혀를 찼다. 정말 내가 피터팬이라면 좋을 걸. 적어도 학원인가 뭔가 때문에 치요 쨩이랑 헤어지진 않을 텐데. 원더랜드에 설마 학원 같은게 있을 리는 없지 않음? ...애초에 내가 어릴 때는 학원인가 뭔가, 그런 거에 아무 관심도, 다니지도 않았는데. 물론 나이차가 나이차다보니 차이는 크겠지만... 그래도, 당연히 연인이랑 오래 있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님? 요즘 아무리 공부 열이 엄청나다고 해도~...

 

“하아. ...치요 쨩. 언제쯤 끝나려나.”

 

오소마츠가 한숨을 푹 내쉬곤 뒤돌아 막 뛰어 나가는 치요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것도, 치요 쨩이 그 소녀였다면 저럴 필요도 없었을 텐데. 원더랜드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후크 선장에게 시달리는 건 조금 힘들겠지만. 오소마츠는 본래 이리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거나, 닮아 보고 싶다든지 되어 보고 싶다든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랑은 그 누구든 변하게 한다나 뭐라나. 오소마츠의 시선이 치요에서 하늘로 옮겨졌다. 아무리 자신이 이리 생각해도 현실은 그저 자신은 니트에 치요는 한창 공부할 시기에 학생에 불과했다. 어쩌면 치요가 자신을 내쳐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관계에다가 나이차가 많으면 서로 지치기도 쉽고, 치요는 한참 주위 애들과 서로를 알아갈 시기일거고, ...이런 생각은 정말 하기 싫지만. 어쩌면 치요의 곁에는 오소마츠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함께일 수 도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아, 이건 진짜 아니다. 오소마츠가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빠르게 저었다.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기인 만큼 더더욱, 절대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뭐어, 이렇게 고민 안 해도 어떻게든 되려나.”

 

일단 나랑 치요 쨩, 사이도 좋고 말이지. 오소마츠가 끝내 고민 하는 것을 그만두곤 치요가 지나간 길을 쳐다보았다. 그 뒤 잠시 추위에 몸을 움츠리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천천히,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의 빨간 후드가 유난히 눈에 잘 들어와 보이는, 그런 어느 추운 겨울날. 다른 날과 다른 건 고민 외에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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